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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1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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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학교폭력은 사회의 축소판- 이현근(광역자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1-02-15 20: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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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국내 유명 남녀 프로배구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전력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학폭문제가 또다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피해자 A씨는 국가대표 출신에다 여자배구계에서 인기가 높은 자매 여자배구선수로부터 초·중학교 시절 흉기로 위협받고, 가족을 지칭해 욕설을 듣는가 하면 돈을 빼앗기기도 하고, 주먹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폭로했다. A씨는 당시 피해로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고, 1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를 가지고 사는데 가해자들은 사과 한마디없이 TV프로그램에 나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현역 남자 프로배구 선수들에게 학폭을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고등학교 시절 남자배구팀 선배들에게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고, 당시 급소를 맞아 고환 봉합수술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가해를 한 선수들은 유명 프로배구 선수가 됐지만 역시 단 한번의 사과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고졸 투수가 학폭 논란에 휩싸이자 지명을 철회했고,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2018년 입단한 투수도 학폭 사실이 드러나자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학폭은 스포츠계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가수나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학폭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학폭이 사회에 널리 알려진 것은 일반인들에 비해 유명인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더 많은 학폭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전국 학교폭력 사건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에 올라간 건수만으로 보면 2014년 1만9521건, 2015년 1만9968건, 2016년 2만3673건, 2017년 3만1240건, 2018년 3만2632건에 달한다.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매년 4월과 9월 2차례 걸쳐 초·중·고등학교(초4∼고2)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벌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신체·물리적 폭행이 가장 많았지만 수년 전부터 언어폭력과 SNS가 발달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자행되는 사이버폭력이 대폭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를 분석해 보면 선배가 후배를, 동년배일지라도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약자를 대상으로 하고,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가해자는 쉽게 잊어버리지만 피해자는 평생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공통적이다.

    과연 학교폭력은 근절될 수 있을까. 냉소적이지만 사회구조가 바뀌기 전에는 어렵다고 본다.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의 판박이자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현실 사회는 권력과 돈, 힘 있는 자들이 군림하며 온갖 불공정을 저지르고 힘없는 자들을 강압적으로 괴롭힌다. 약자들은 보복을 당할까봐 방관자가 되어 숨죽여 산다. 힘의 논리가 만연한 사회 현실을 보고 듣고 자란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라고 달라질리 만무하다.

    허물없는 사람이 없고, 과오 없는 삶은 없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또 누구라도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어른들이 비뚤어진 폭력 사회를 만들어 놓고 아이들에게만 학폭을 하지 말라는 예방교육을 하는 것은 실효가 없다. 더디더라도 아이들이 학폭을 보고 배우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어른들이 더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현근(광역자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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