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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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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정인아 미안해- 염진아(변호사)

  • 기사입력 : 2021-01-25 20: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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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를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일본 드라마 원작으로 한국에서 배우 이보영이 주인공이었던 ‘마더’라는 드라마가 있다. 학대당하며 죽임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를 구하여 납치하고, 자신이 엄마가 되어주기로 결심한 여자의 이야기. 내용을 알고 보아도 보는 내내 눈물을 쏟게 만드는 이 영화와 드라마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2021년 1월 2일 새해 시작부터 또다시 눈물을 쏟아내게 만드는 실화가 방송되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학대 당해 숨진 ‘정인이 사건’의 이야기. 양부모에게 입양된 지 271일 만에 사망한 어린아이의 몸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러졌다가 붙은 자국이 선명한 갈비뼈와 골절된 어깨뼈, 그리고 배에 가득 찬 피까지. 도대체 어떻게 때리면 저렇게까지 심각한 손상이 올 수가 있는지 상상도 어려운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의 아이들은 말이라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정인이는 고작 16개월의 아이였다.

    보건복지부의 학대피해아동보호 현황의 사건 수는 2009년 5000여건에서, 2018년 2만4000여건으로 늘었다. 10여년 사이에 아동 학대의 절대 숫자가 늘었다기보다는 아동 학대의 인식이 생기고, 아동 학대에 대한 대처가 달라지면서 보호 건수가 약 5배 정도로 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사회에서 이렇게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가고, 아동 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사람들이 아이들의 정서적 신체적 안전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믿었던 시간들이, 이번 정인이 사건을 보며 무너져 내렸다. 나는 과연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학대의 정황이 있었어도 현장에서는 이를 명백한 학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를 판단하라고 한다. 지구대 경찰이 학대의 정황만으로 이는 학대이므로 아이를 분리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인이 사건의 경우 홀트 아동복지회는 소아과 의사가 ‘아동학대 의심’을 강력히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병원을 그것도 양부모가 가자고 하는 병원에 가서 다시 아이의 상황을 살펴 학대가 아닌 정황을 만들었고, 그것을 믿은데 있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 ‘의사’의 말을 믿었을 뿐이라고. 입양을 주선 관리하였던 ‘홀트아동복지회’의 경우 자신들이 입양부모를 정하고, 입양가정을 관리하는 일까지 한다. 자신들이 판단하였던 양부모의 말을 계속 믿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은가.

    이러한 책임 회피 등으로 인해 아이들을 잃는 것을 방지하고자 아동학대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었다. 개정안은 1월 5~6일 경 발의되고, 1월 8일 조속히 국회를 통과하였다. 그런데 그 개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신고 의무자의 학대 신고가 있으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즉시 조사에 착수하여야 하며, 수사 기관과 지자체는 서로의 조사 내용을 공유하여야 한다. 이번 정인이 사건에서 드러난 허점을 법률로 보완하고자 하는 것인데, 솔직하게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 의문이다.

    서로의 정보 공유가 또 서류 하나 더 늘어나는 일 정도로 그치고, 실상을 들여다보지 않게 되지 않기 위해서 개정안의 법률을 이행할 수 있는 현장 인력과 현장에서의 상황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당장에 바뀐 법률처럼, 모든 문제점이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 개선의 의지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정인이 사건의 충격이 큰 만큼 이번 이 개선의 의지가 길게 이어져 다시는 우리 사회가 정인이와 같은 아픈 경험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딱 맞는 개정안인데, 우리는 아직도 많은 소가 있고, 다시는 잃지 않도록 외양간을 지속해서 보수해야 한다.

    염진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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