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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칼럼] 신용사회에서의 신용회복위원회- 신재천(창원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장·신용회복위원회 창원지부장)

  • 기사입력 : 2021-01-24 20: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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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사회는 신용사회이다. 신용은 돈을 빌릴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고, 이러한 신용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잘 사용하면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가 촉진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실직, 폐업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연체가 돼 신용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이러한 분들을 위해 2002년도에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이후 2016년도에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법정기구로 전환됐다. 위원회는 연체된 채무를 일부 감면하고 장기로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다.

    또 법원의 개인회생, 개인파산제도 등 신청인의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채무자 구제제도를 상담 및 지원해 드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신용회복지원 제도를 몰라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몇 년 전 상담했던 한 60세 남성이 잊혀지지 않는다. 일용직인 그는 생활비를 여러 장의 카드로 충당하다 일이 끊기게 되면서 처음 연체를 했다고 한다. 카드빚 독촉에 시달리다 가출했을 때 당시 그의 나이는 50세였다. 혹시 노모에게까지 빚 독촉으로 피해가 갈까 두려워 무작정 가출했다는 그는 당시 77세 된 노모와 연락을 두절하고 무려 10여 년 동안 노모를 찾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채무 상환의지가 있었지만 금융지식이 부족했고,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매각이 되어버린 채무를 어떻게 찾아야할지 몰라 방치하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홍보를 통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알고 찾아왔단다.

    채무조정(개인워크아웃)을 접수한 그분에게 “이제부터는 걱정 말고 노모를 보러 가시라”는 말을 건넸다. 말없이 흐느끼는 모습이 안도의 울음인지, 10년 동안 가족과 연락을 끊고 하루 하루 힘들게 지냈던 지난 세월에 대한 설움인지, 그분의 마음을 100%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을 가져 본 적이 있다.

    최근 우리 위원회는 어려운 분들의 경제적 재기를 위해 ‘서민의 금융생활지원 촉진시스템’을 마련했다. 해당 시스템은 채무조정뿐만 아니라, 채무조정 이후에도 신용복지컨설팅을 통해 신용등급을 향상시키는 방법, 정책서민금융 안내, 사회복지제도 연계 등을 통해 채무를 조정받으신 분들의 빠른 경제적 재기를 돕는 시스템이다.

    촉진시스템이 채무문제가 발생한 분들을 위한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맞춤형 신용교육은 사전 예방적 측면의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 위원회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컨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해 학생부터 사회초년생, 중·장년층,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에서 신용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신용교육을 하고 있다.

    누구나 살다 보면 대출이 연체되거나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IMF 외환위기 때가 그랬고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도 힘든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넘어진 사람은 다시 일으켜 세워 같이 나아가는 따뜻한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신용회복지원 제도를 알지 못해 위원회를 찾지 않는 분들이 많이 있다. 채무로 고통받고 있거나 고민이 많은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신용회복위원회(☏1600-5500)를 통해 꼭 상담받아 보시기를 권해드린다.

    신재천(창원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장·신용회복위원회 창원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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