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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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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소는 누가 키우나- 하봉준(영산대 미래융합대학 교수)

  • 기사입력 : 2021-01-20 20: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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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담았던 광고회사를 떠나 학교로 옮기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조직문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유능하고 열심히 일하던 선배들이 새로운 대표이사가 오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를 더러 보았다. 특히 이전 대표가 중용하던 임원이나 부장급들이 우선적으로 배제되었다. 새로운 대표는 이전의 체제, 정책, 성과, 사람을 깎아내리고 새 것으로 대체해야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세울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남을 비판하고 자신을 내세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 수 있다. 제로섬 게임 성격의 비즈니스 분야에서 이러한 능력은 기본이자 플러스로 작용한다. “경쟁자들은 문제가 많고, 우리가 최고다”라고 클라이언트(고객)를 설득해야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선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법이 외부가 아닌 조직 내부로 향해지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실질적인 업무나 성과는 제쳐두고 상대에 대한 비판과 공격, 자기 포장과 생색내기가 우선하는 경우이다.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 공격과 포장에 치중하면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 성과 창출이 어려우면 더욱더 공격과 포장에 의존하게 된다. 한편으로 공격과 포장 방법이 고도화된다. 근거 없이도 상대를 무조건 공격부터 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가 되는 것이다. 10번 찔러 1번만 성공해도 남는 장사다. 남이 한 일을 자신의 공적으로 가로채기도 예사이다. 공정한 평가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으면 이러한 풍토가 전염병처럼 확산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던 다수가 소외되고 의욕을 잃게 된다. 생산적 일꾼들이 줄어들면서 조직 전체의 내실과 성과는 허물어진다.

    국가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공격과 포장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로 가득하다면, 나라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이들이 국가 발전을 위해 진정으로 헌신하고 실질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격과 포장의 삶을 영위해 온 이들에게 생산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파이를 키우는 이는 없고 기존의 파이를 빼앗으려고만 하면, 점점 파이는 줄어들어 모두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신축년,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하봉준(영산대 미래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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