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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무리수와 자충수… 피해는 결국 시민과 도민- 김장하(창원시의원)

  • 기사입력 : 2021-01-13 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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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묘수를 세 번 두면 바둑에 진다”라는 격언이 있다. 묘수는 불리한 상황에서 열세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수를 말한다. 묘수를 터뜨려야만 하는 불리한 형국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묘수를 반복하려는 시도는 자칫 꼼수나 무리수가 되고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는 자충수로 귀결된다.

    지난달, 진주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의 경남도청 환원 촉구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어 진주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경남도청 진주 이전’을 요구하며 지역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경남도지사는 도민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일이라며 도청 이전 가능성을 일축했고, 창원시장 역시 최근 진주의 방역실패로 인해 나빠진 국면전환용 발언이라고 언급해 논의 대상도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시 바둑 이야기로 돌아가서, 판세가 유리하면 ‘묘수’는 필요 없다. 몇 수를 연속해 잘못 두는 바람에 계속해서 형세는 불리해졌고, 이를 단번에 만회하기 위한 묘수에 집착해 무리하게 반복한 결과, 어느 순간 무리수만 두게 된다. 진주시 이야기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지난해 11월 이·통장 제주도 연수를 추진하면서 무더기 확진이라는 충격적인 뉴스가 진주시장을 단번에 궁지로 몰아넣었다. 전 국민이 일상을 희생해가며 방역에 힘쓰는 힘든 시기에, 솔선수범해야 할 공무원이 이·통장단을 인솔하여 제주도 연수를 다녀왔고, 진주에서만 7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몰지각한 행동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진주시민의 불안감과 분노는 극에 달했다. ‘안일한 행정’, ‘진주시가 기획하고 실행한 코로나 참사’라는 비판이 계속되자, 시는 감염원인으로 창원시 소재 단란주점을 지목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진주시의회도 파행을 거듭하며 시민들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7월 후반기 의장단 선출부터 이어진 갈등이 12월 정례회 때 고성과 몸싸움으로 폭발했다. 2021년 본예산이 날치기 통과되었고 시의장은 ‘셀프감금’이라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안건을 자동 산회시켰다. 올해 임시회 안건으로 진주시의회 의장, 부의장의 불신임 안이 제출됐다.

    이렇게 안팎으로 위기상황에 몰리니 진주시장의 수는 창원시장의 말처럼 급했다. 급하다 보니 수에 무리가 있었다. 예전에도 이러한 무리수가 있었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쇄 이후, 청사 활용 방안으로 경남도청의 일부 부서를 분리시켜 서부청사를 개청했다.

    공공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금 같은 시기에, 서부권의 공공의료가 공백 상태인 이유는 바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무리수에서 비롯되었다고 감히 말한다. 지금 진주시장이 경남도청에 집착하는 것도 그때와 같이 당면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무리수다. 더 정확히는 전략적인 묘수인 척 진주시민을 호도하는 막연한 요행수다.

    이쯤에서 훈수를 두자면, 다음 수는 정석에 따른 정수가 되기를 바란다. 궁지의 상황을 한 번에 타개하겠다는 절박한 마음이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요행을 바라는 욕심은 판단을 흐리게 마련이다. 가능성도, 합리성도 없는 무리수와 자충수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다. 시민의 미래를 요행수에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김장하(창원시의원)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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