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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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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호칭- 김호철(사회부 차장)

  • 기사입력 : 2021-01-10 19: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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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만큼 나이와 지위를 중요시하는 나라도 드물다. 아무런 정보가 없이 사람을 처음 만난다면 제일 궁금해 하는 것이 나이가 아닐까. 나이를 알아야 그 상대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판단한다. 나보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으면 예의를 갖추려 하고, 한 살이라도 적으면 편하게 대하려 한다. 이런 성향은 지위에서 동일하게 드러난다. 나이, 사회적 지위 또는 권력에 따라 존대하고 하대하는 나쁜 습관이 몸에 배었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좋은 호칭으로 불리길 바란다. 좋은 호칭이란 나를 존경해 주는 명칭이나 직책 명을 의미한다. 나를 높여 주는 말이면서 상대는 스스로 낮추는 말이다. 높임말을 듣고 싶어 하고 아줌마보다는 사모님, 형님보다는 선생님, ~ 씨보다는 부장님, 여기요보다는 사장님 등 더 높은 존칭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유교 문화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한 살까지 따져 존칭을 쓰는 유교 문화 나라는 없다고 한다.

    ▼호칭을 높인다고 내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실제 존경 받는 것도 아니다. 남들이 내 직위 명을 높인다고 월급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 좋은 호칭을 붙이고 높임말을 쓰는 것은 나를 생각하는 상대의 마음에서 나와야 하고, 그래야 나도 상대를 동일하게 존대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생기게 된다. ‘~님’을 ‘~님아’라고 부르고, ‘형님’을 ‘형씨’라고 부르고 ‘~ 씨’를 ‘~ 씨야’라고 존대하는 척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 사람이든, 부하 직원이든 나를 은근히 깎아내리는 거짓 존대를 받고 싶지 않다. 정확한 호칭, 직위를 듣고 싶을 뿐이다.

    ▼지난 5일부터 남해군이 직위 명이 없는 일반직 6급 이하 공무원의 대외 직위 명을 ‘주무관’으로 통일하는 운영 규정을 제정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주사, 서기 등 적절하지 않는 직위 명은 민원인의 혼란을 초래하고 하위직 공무원의 사기 저하의 원인이 됐다. 좋은 호칭이란 맡은 역할에 맞는 호칭이다.

    김호철(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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