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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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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국민의 마음 읽기- 신계숙(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01-07 20: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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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하 15도에 눈까지 내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달력을 보니 소한이 지났다. 어른들이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 ‘소한 추위는 꾸어라도 한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소한이 지나면 멀지 않은 곳에 봄이 있다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일간지의 뉴스를 훑어보니 이번 주는 부동산에 관한 뉴스와 주식 뉴스가 크게 보인다. 작년 한 해 동안 아파트값이 20%나 올랐고 올해도 또 오른다고 한다. 주식은 코스피 3000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렇게 다 오르는데 어째 내려가는 것이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지지율이 36.6%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지율 하락의 주원인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인가 보다.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해서 ‘2022년까지 총 650만 호를 공급하겠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신임 국토부장관은 ‘양질의 값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줘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 ‘설날 이전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국민은 또다시 스물다섯 번째로 발표되는 ‘특단의 대책’에 관심을 가져본다.

    1970년대에 방주연이라는 가수가 ‘당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모래밭에 사랑하는 사람의 눈, 코, 입 모두 그리고 입가에 미소도 그렸지만 당신의 마음 그 한 가지는 몰라서 못 그렸다는 내용이다. 마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요즘 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걸 보니 현 정부가 한가지 놓친 것이 있다. 무엇이든 단숨에 다 이루고 성과를 내려고 하다 보니 국민의 마음 읽기를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대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일은 참으로 힘들다. 첫째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기도 힘들다. 핸드폰에서 화면을 누르지 않아도 전화를 걸어달라고 하면 전화를 걸어준다. 곧 자율주행차를 타게 된다고 한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했더니 이런 변화가 모두 4차 혁명시대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둘째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하여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상을 살아내기에 힘들다. 젊은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도 집 한 채 살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에 빠져있고 평생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서 한 칸 장만한 사람들은 세금 때문에 시름이 깊다.

    셋째 정부와 소통이 안돼서 힘들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려나 보다. 기자회견이라는 단어도 오랜만에 듣는다. 왕이 종과 북을 치고 피리를 불고 노래를 하자 백성들은 왕이 우리의 삶을 이렇게 곤궁하게 해 놓고 뭐가 좋다고 저렇게 시끄럽게 노래를 하느냐며 이마를 찌푸렸다. 왜냐하면 임금이 백성과 함께하지 않고 혼자서 즐겁게 놀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금이 종과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며 노래를 했더니 백성들이 우리 임금님께서 편찮으신 데는 없으신가. 음악 소리가 참으로 즐겁다고 했다. 이는 임금이 백성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맹자 〈양 혜왕 하〉 편에 있는 내용인데 ‘소통’과 ‘함께함’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구절이다.

    중국 청대 문인이면서 관직에 종사했던 원매 선생은 그가 지은 조리서 〈수원식단〉에서 위정자가 할 일은 한가지 정책을 더 만드는 것보다 국민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폐단 한가지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본다면 스물다섯 번째 발표될 부동산 정책 특단의 조치는 새로운 묘수를 만들어내는 그것보다는 이미 있는 정책 중 폐단으로 여겨지는 한 가지를 빼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 이것은 그동안 각계 각층에서 정부에 대고 수도 없이 외쳐온 ‘규제 철폐’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나라이건 기관이건 간에 리더가 몇 명의 참모만 가지고 좋은 나라 좋은 기관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국민이 원래 자기가 살아오던 방식대로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어 가는데 무엇이 불편한지 그 불편함을 제거해 주는 것이 정치다. 어디 그런 세련된 정치를 할 사람 없는가?

    신계숙(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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