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숫돌서 읽어낸 아버지의 삶
- 기사입력 : 2021-01-04 08: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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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춘이 1987년 시작되었으니 33년이란 시간이 쌓여 사람으로 치자면 원숙한 장년기에 접어들었다. 연륜이 깊어지는 만큼 출신 문인들이 한국문단에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가고 있다. 시조의 경우 한 해 뒤인 1988년에 시작돼 첫 당선자를 배출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한국시조단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점증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연동
서일옥그러한 측면에서 심사위원들은 전국에서 응모한 작품들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올해의 응모작품은 예년에 비해 약간 적은 편이었다. 참여도가 다소 낮은 것은 괴질로 인해 마음이 움츠러든 탓은 아니었을까? 대작 혹은 수작에 대한 열망으로 읽어가는 동안 여전히 눈에 밟히는 것은 아직도 형식을 갖추지 못한 작품이 있다는 서글픔이었다. 아시다시피 시조는 언어의 절제와 형식미학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형식 속에서 자유를 구축해 내는 역량이 심사의 관점이기도 하다.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모국어에 대한 애착과 형식을 다스릴 줄 알아야 친해질 수 있는 전통 장르라는 것쯤은 신춘문예 응모자라면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심사위원의 손에 남은 작품은 ‘청자귀형수병’, ‘아침 대장간’, ‘숫돌을 읽다’ 등 3편이었다. 이들 3편은 모래밭에서 사금을 캐낸 기분이었다. ‘청자귀형수병’은 ‘천지사방에 구지가가 울리겠다’라는 넷째 수의 마무리 구절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얻었지만 첫째, 둘째 수의 종결 처리가 눈에 거슬렸고, 전체적으로 완결미와 이미지 전개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아침 대장간’도 생동하는 이미지 전개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다소 무리한 전개가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심사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숫돌을 읽다’였다. 닳고 닳은 숫돌에서 아버지의 삶을 읽어내는 안목이 높게 평가되었다. ‘평생을 여백으로 산 아버지’를 읽고 있는 시인의 눈이라면 앞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당선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김연동·서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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