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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풍요 속에 빈곤한 시대- 정수학(밀양아리랑 소리꾼)

  • 기사입력 : 2020-12-28 2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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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움에 목말랐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배불리 먹었던 시절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배가 고팠기에 배워야 했던 아이러니한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짧은 시간에 우리는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 지나가버렸기에 추억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물려주지 않아도 될 만큼 풍요 속에 살고 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바쁘다. 아니 우리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바쁘다. 늦게까지 학교에서 수십 가지의 과목을 배우고 그것도 모자라 최소한 한두 개 이상은 학원을 다닌다.

    미국의 수능시험인 SAT시험에서 한국아이들이 1, 2등을 다투고 있으니 참 대단한 것만은 틀림이 없다. 지식의 세계화와 세계 제1의 우수한 두뇌를 자랑하며 첨단의 시대를 걷고 있지만 우리가 걷는 현실의 풍경은 그렇지 않다.

    길을 걷다 보면 거지는 보이지 않지만 자동차가 바삐 지나는 길에서 리어카를 끌며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담보로 폐지를 줍고 있는 노인들, 싸리문이 철문으로 바뀐 만큼이나 단단하게 무장한 인심, 가장이 혼자 졌던 짐을 이제 부부가 함께 지기에 가족이 누리는 공간은 넓어졌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 넓은 공간에서 혼자 노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익숙하다 못해 어쩌다 함께하고자 하면 간섭이 되어버린다.

    좋은 환경이란 물질적 풍요에서만 따질 수가 없다. 인간은 정신적 바탕 위에서만 물질적 풍요의 조화를 감당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조화로운 통일체를 이룰 때 올바른 인간이 형성되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 교육환경은 양적으로는 방대한 반면, 질적으로는 열악한 상태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재화나 이익이 아니고 진리와 도덕이라 했다. 풍요 속에서 살지만 정신은 빈곤한 세상.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풍요를 누리게 해야 하지 않을까.

    올 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들었다. 풍요 속에 빈곤을 절실히 견뎌내며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깨달음 했던 한해였다. 모두가 힘들었지만 서로 격려와 용기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정신적 풍요를 나누어야 할 때이다.

    정수학(밀양아리랑 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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