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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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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기본적으로 독… 고령자 투약 줄여야”

‘50년 의업’ 박동현 창원 희연병원 명예병원장
의사 진솔한 고백서 ‘약, 함부로 먹지 말자!’ 발간

  • 기사입력 : 2020-12-28 08: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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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투약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유용한 의학서적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창원 희연병원 박동현(75) 명예병원장이 최근 의사로서의 진솔한 고백서인 ‘약, 함부로 먹지 말자!’(382쪽, 물결기획)를 발간했다.

    박 명예병원장이 50년 의업(醫業)을 내려놓으면서 꼭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약을 함부로 먹지 말자는 것이다.

    박 병원장은 이 책을 통해 “약은 기본적으로 독이다. 예컨대 열이 나는 환자에게 해열제를 투여하면 뇌의 발열중추가 마비되어 열이 내려간다. 이 독에 반응하는 것은 뇌만이 아니다. 위점막, 장, 간, 신자 등 전신의 각 장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박 병원장은 이런 약을 제약회사는 이로운 효과만을 주장하고 해로운 부작용은 가능한 은폐하려 든다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 다만 약을 불가피하게 쓰는 것은 손해보다는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도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이익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손해가 된다고 주장하는 면역학자들이 대부분이다. 약은 항상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총지출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5.6%가 훨씬 넘는 반면 OECD 평균은 16.9%이고, 약제비 비율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미국에서조차 9%를 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약물로 인해 매년 2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만명의 환자들이 입원치료를 하고 있다.

    그는 약을 과다복용하던 노령 환자를 치료한 사례도 소개했다.

    3년 전 무려 18종류의 약을 처방받아 투약 중인 84세의 할머니가 부산의 모대학병원에서 박 병원장이 봉직하고 있는 병원으로 침상에 누운 채로 전원해 왔다. 할머니는 처음 진찰 당시에 안구진탕 상태로 의사외 눈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말도 잘 못하고 있었다. 환자의 보호자를 설득하고 투약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수일이 걸렸다.

    박동현창원 희연병원 명예병원장
    박동현 창원 희연병원 명예병원장

    박 병원장은 우선 노인에게 너무 과하다고 생각되는 소염진통제, 고혈압약, 항히스타민제, 항우울제, 수면제 등을 끊었다. 환자 상태를 관찰하면서 투약종류 중 10여종을 줄여가자 환자는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약을 끊고, 치매약과 유산균제제 두 가지만을 투약하고 있다. 환자는 우선 식욕이 몰라보게 좋아지고, 말도 잘하고, 휠체어 운동, 자전거 타기 등 운동도 열심히 할 정도로 호전됐다.

    그는 “노인요양병원에 오는 노인들은 정말 많은 약을 지참하고 온다. 노인들에게 이렇게 많은 약을 처방해주는 데는 ‘약을 처방해 주지 않으면 =치료해주지 않는다는 관념적인 인식= 경우에 따라서는 진료거부가 될 수 있다’라는 인식도 한 가지 요인이 된 듯하다. 의사가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런 약도 처방하지 않고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 절대안정 등도 매우 중요한 의사의 처방법 중 하나이다”고 강조한다.

    약 남용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국가의 약해 방지 대책이 너무나 허술하고, 약사법의 규제 또한 느슨해서 지금도 엄청난 양의 약이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의료계의 양심들은 우리 인류에게 꼭 필요한 약은 270종류만으로 충분하다고 선언하고 있다”면서 “다만 돈을 벌기 위한 제약회사들이 270여 종류의 약에 색깔과 무늬를 덧붙이는 방법으로 수만 가지의 약들을 만들어 새로 개발된 약처럼 의사와 환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그는 △가능하면 모든 약의 사용을 중단하라. 그것이 어렵다면 약을 최대한 줄여라 △먹는 약의 종류가 늘어나면 부작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4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의학 지식이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상태에 있다 △고령자의 대부분은 투약을 중단하면 전신 상태가 분명 좋아진다고 제안했다.

    김덕진(한국만성기의료협회장) 희연병원 회장 추천의 말을 통해 “2019년 한해만 식약처의 의약품 부작용이 26만2983건이나 공식 보고된 바 있다. 그런 관점에서 박동현 박사의 ‘약, 함부로 먹지 말자!’ 출판은 급속히 증가하는 고령화에도 크게 공헌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박동현 명예병원장은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뒤 같은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 창원산재병원(현 창원병원) 진료부장, 제1신경외과 과장, 병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특히 신경외과 전문의로 1000명이 넘는 환자에게 척추수술을 집도했다. 의학서적으로는 ‘디스크병 바로알자!’를 펴냈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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