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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달력- 조고운(문화체육부 기자)

  • 기사입력 : 2020-12-27 19: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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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도 은행 달력이 귀한 몸이다. 은행 달력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이들이 늘자 ‘달력 낭인’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은행 달력 유료 거래가 성행이다. 은행 달력을 집에 두면 새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 등에서 나눠주는 공짜 달력이 급감한 탓도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달력이 무용해진 시대, 아직도 많은 이들이 매달 달력 한 장씩 넘기는 일에 의미를 두는 듯하다.

    ▼사회의 시간을 규정하는 달력은 수천년간 연구와 착오를 겪어 현재에 이르렀다. 달력의 기원이 된 율리우스력은 로마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원전 45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원정에서 돌아와 만들었다. 이후 시간 오차가 누적되자 1582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 13세가 그레고리력을 공포했다. 우리나라 달력은 1895년 고종황제의 조칙에 따라 그해 음력 11월 17일을 1896년 1월 1일로 선포하면서 그레고리력을 사용하고 있다.

    ▼달력 변천사는 시대를 보여주는 또 다른 거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는 국가가 달력을 책으로 배포해 생활지침서로 삼게 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달력이 민간의 손으로 넘어갔고, 1930년대부터는 상업적 달력이 등장했다. 이후 정치인의 얼굴이나 계몽사상이 적힌 달력으로 시작해 연예인 사진이나 유명 작가의 작품을 담은 달력으로 변모하며 우리네 삶의 한 벽면을 지켜 왔다.

    ▼달력의 시간은 하나의 기준일 뿐 모든 인간의 시간은 각자 다르게 흐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모두가 어제와 같은 오늘, 또 내일을 살고 있는 올해 12월의 달력은 그 자체로 묘한 위안을 준다. 고단했던 한 해의 달력이 끝이 났다. 헌 달력을 떼고 새 달력을 걸면서 이해인 수녀의 시를 읊조려 본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조고운(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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