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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변하지 않는 마음의 보석 ‘자아존중감’ - 정보현 (폴리텍Ⅶ대학 교양학과 인성전담교수)

  • 기사입력 : 2020-12-15 21: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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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은 첨단 과학문명과 의학기술로 승승장구하던 인류가 코로나19로 충격과 상처를 받은 해이다.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했던 해라고 표현하지만, 특히 올해는 건강, 경제, 사회 전반에서 너무도 다사다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새해를 앞에 둔 우리는 2020년의 상처를 치유하고 2021년을 맞이해야 한다.

    연말마다 자아존중감(자존감)을 돌아보며 그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에너지를 마련한다. 올해는 독자분들과 함께 자존감을 돌아보며 2021년을 맞고자 한다.

    자존감은 자신을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심리치료 및 명상프로그램에서도 ‘자존감’은 가장 큰 화두이다. 때로는 ‘자존심’과 ‘자부심’이 자아존중감과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존심이 세다, 자부심이 높다는 표현은 자존감이 높다는 것과 명확한 차이가 있다. 자존감은 가치로움과 소중함의 기준을 타인의 평가나 상황에 두지 않는다.

    하버드대학교 조세핀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자존심, 자부심을 자존감과 구분하고 있다. ‘자존심’은 타인에게 내가 존중받길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 주체가 타인이기 때문에 상대의 비교와 평가에 따라 쉽게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 있다.

    ‘자부심’은 무언가를 이룬 후 느끼는 성취감이다. 따라서 상황이나 결과에 따라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존중이 확고해 상대와 비교될 때도 이룬 성과가 달라질 때도 변함이 없다.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 주머니에는 밝은 빛, 어두운 빛, 고운 빛, 탁한 빛 등 다양한 구슬이 있다. 자신 안에 담긴 밝은 빛의 구슬도 어두운 빛의 구슬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인정할 때 자존감은 충만해진다. 대인관계에서 타인의 평가에 민감할수록 보여주고 싶지 않은 구슬은 감추고 보여주고 싶은 구슬만 꺼내 보이려 한다. 이렇게 애를 쓸수록 타인 앞에서 더 긴장하게 되고 자기다움은 사라진다.

    물론, 사람은 사회적 존재로 타인의 평가와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신과전문의 유은정 박사는 대인관계 속에서 나의 자존감을 확인하고 싶으면 ‘잘 지내고 싶은가’, ‘잘 보이고 싶은가’를 스스로 물어보라고 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 상대의 기대에 나를 맞추게 되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기 때문에 수직적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자존감이 충만하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해야 할 것’ 보다는 자신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이 늘어난다.

    우리는 하늘에 달을 모양에 따라 초승달, 반달, 보름달, 그믐달이라 부른다. 그러나 달 본래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음력 주기에 따라 사람들이 ‘차는 달’이라 부를 때도 ‘기우는 달’이라 부를 때도 변함없이 지구를 공전하고 있다. 자존감이 튼튼한 사람은 달과 같이 자기 본연의 모습을 알기에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올해 초 걱정스러운 뉴스들 속에서도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4관왕을 달성해 국민에게 큰 기쁨을 줬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인용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했다.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가 가치롭게 여길 때 마음의 보석 자아존중감은 빛난다.

    2020년 우리는 코로나19라는 큰 시련을 겪었다. 골드 스미스는 “우리 최대의 영광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할 때마다 일어서는 것에 있다”고 했다. 2021년도 코로나19의 시련을 조금 더 겪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에게는 한결같은 마음의 보석 자아존중감이 있음을 기억하며 새해를 맞이하자.

    정보현 (폴리텍Ⅶ대학 교양학과 인성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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