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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3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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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지고 살자- 윤재환(시인)

  • 기사입력 : 2020-12-10 20: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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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출생부터 경쟁을 통해 태어난다. 그로부터 살아가면서 쭈욱 경쟁으로 살아간다. 늘 이기기 위해 살아가고 이기려고 노력한다.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또는 생존의 욕구 자체가 이기는 것이다.

    경쟁은 이겨야 하는 것이 그 의미다. 스포츠든 문화든 경제든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의 모든 것이 경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큰 의미이다. 사실이지 이겼을 때 기쁨도 훨씬 클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주어지는 보상도 크다. 사람에 따라서는 강한 승부욕을 가진 사람이 있다. 이기려고 하는 의지와 욕구도 존경할 만한 일이다. 그래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이겨야 한다. 그곳에 우리네 인생의 가치가 있다. 그래야 인생이 또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겨야 할 때 이기는 게 마땅하지만 때로는 지고 살 필요도 있다. 젊을 때는 당연히 이겨야 하고 그렇게 살아야 참다운 인생이다.

    인생 중년쯤 되면 살짝 지고 사는 게 오히려 더 아름답고 가치로울 때가 있다. 가정이 그렇다. 부부간에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유를 불문하고 그냥 져주는 게 낫다. 그래야 가정이 평온하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부분에서 부딪힌다. 이럴 때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하더라도 은근슬쩍 져 주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할 때 오히려 관계가 더 원만해지고 소통도 잘 된다. 이기는 것도 이기는 것이지만 지는 것이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다.

    특히 중년의 삶을 사는 사람은 강물처럼 살아야 한다. 강물은 주변에서 흘러오는 맑거나 흐리거나 더럽거나 모든 물을 포용하면서도 흐르는 듯이 안 흐르는 듯이 유유히 흐른다. 그러면서 더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가장 낮은 곳에 이르렀을 때 가장 깊고 가장 넓고 가장 큰 바다에 이른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이기기보다는 차라리 지고 사는 게 더 낫다. 지는 게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다. 이기는 것은 배우지 않아도 되지만 지는 것은 많은 배움과 수양과 또 경험이 뒤따라야 한다. 지는 법을 배우자. 그리고 질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질 수 있는 준비를 해두자. 언제든 어느 상황이든 질 준비를 하고 살자. 그러면 진정한 승자요, 세상을 리드하는 진실한 고수다.

    윤재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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