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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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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뒷담화- 김용훈(문화체육부 기자)

  • 기사입력 : 2020-12-08 20: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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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훈 문화체육부 기자

    무리를 이룬 곳에서는 늘 뒷담화가 있기 마련이다. 뒷담화를 하거나 뒷담화의 대상이 되거나 우리는 뒷담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뒷담화는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살다보면 누군가는 내 얘기를 하기 마련이다. 없는 자리에서 남을 헐뜯는 행위를 용인해야 할까. 하지만 거시적인 면에서 보자면 뒷담화는 필요악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우리가 상대방의 등 뒤에서 쑥덕대는 말을 그의 면전에 대고 직접 한다면 이 사회는 도저히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는 앞담화보다는 뒷담화가 낫고 어느 정도의 뒷담화는 용인해야 된다는 말이다.

    ▼수십만년 전만해도 지구상에는 다양한 인류가 살고 있었지만 현생 인류는 오직 사피엔스만이 살아 남았다. 지능이나 신체적 능력 등 다른 인류에 비해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던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했을까. 그 힘은 뒷담화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류 진화를 인지혁명, 즉 뒷담화로 설명했다. 결속력과 무리를 늘려가는 원천은 뒷담화이다. 뒷담화로 인해 사람들은 가까워지고 낯선 사람들끼리도 공감과 협력이 가능해졌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뒷담화는 분명 순기능이 있지만 역기능도 많다. 뒷담화의 큰 역기능은 팩트체크가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 있는 사실보다 부풀리거나 심지어 근거 없는 추측으로 거짓을 꾸미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조직 내에서의 양분화된 뒷담화이다. 우리는 뒷담화가 아랫사람들이 윗사람에 대해 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착각이다. 소위 없는 자리에서 ‘씹는’ 일은 아랫사람이 상사를 험담하는 것 못지않다. 아래와 위에서 각자 뒷담화에 바쁠 뿐이다. 수평적 관계보다 수직적인 관계일수록 이런 현상은 가속화되기 쉽다. 뒷담화의 악순환이다.

    김용훈(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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