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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동결, 감축, 폐기의 3단계 접근이 현실적이다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20-11-26 2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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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고된 대로 바이든 신행정부는 확실히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할 것이다. 민주당 행정부가 그래왔듯이 바이든 차기 행정부도 명분과 원칙을 존중하고 동맹 강화와 다자적 접근을 통한 대외전략을 추구해 나갈 것이다. 국제질서에 있어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해 온 토니 블링큰을 첫 국무장관에 지명한 것은 그가 클린턴 정부시절부터 오바마 정부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깊이 관여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그의 대북관은 상당히 원칙론적이다. 바이든 당선자가 김정은 위원장을 불량배라고 부른 것과 같이 블링큰 국무장관 후보도 폭군이라고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비핵화 협상을 벌여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포괄적행동계획(JCPOA)이라는 이란 핵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관여한 바 있다. 북핵문제도 트럼프식의 톱-다운 방식이 아닌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실무적인 부분부터 꼼꼼히 따져나가는 바텀-업 방식의 협상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동북아 정세에 있어 한·미·일 3자 협력구조를 탄탄히 하여 북한을 후원하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고 북한이 핵포기 의사를 명확히 밝히기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지속 유지해 나갈 것으로 판단한다. 한 인터뷰에서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쥐어짜야 하며 경제적 압박을 위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만 봐도 그의 접근법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사실 오바마 행정부 시절과 거의 유사하다. 바이든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었고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 역시 오바마 행정부시절 백악관 참모였기 때문에 큰 틀의 차이는 없을 것이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원칙외교, 다자협력 외교를 통해 초국가적 안보문제에 대한 협력을 이끌었고 이란, 쿠바, 미얀마 등 적대 국가들과도 관여정책을 통해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초기 과감한 접근을 시도하려 했으나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는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선회하였다. 물론 북미간 협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북한의 핵 활동을 동결시키고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는 식으로 하여 2.29 합의를 도출하였지만 이 역시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로 좌초되고 말았다.

    북핵 위기의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 이를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북핵 협상과 관련하여 지나온 역사를 리뷰해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대부분의 북핵 위기가 우리와 미국의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러한 과도기의 틈을 활용하여 북한은 핵능력을 강화해 왔고 결국 이에 대한 대응은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귀결되었다. 강경한 대북정책은 ‘도발-보상-파기’의 악순환을 형성하면서 다시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초래하는 패턴을 반복시켜 왔다. 바이든 신행정부와 블링큰 국무장관 후보자 역시 오바마 행정부와 같이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핵 불용의 입장에서 원칙적인 대응을 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오판하여 또다시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바이든 신 행정부도 오바마 행정부와 같이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협상장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추구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간 북미간 합의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한반도는 다시 북핵위기의 긴장과 위협속에 격랑으로 표류할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북한의 핵능력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기간 동안 북한은 실질적 핵보유국을 선언하였다. 과거와 같이 불완전한 핵능력을 가지고 핵능력의 모호성을 유지한 채 살리미 전술을 통해 딜을 하려는 시기는 지났다. 바이든 신행정부는 북한을 방치하는 것이 아닌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를 추구해야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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