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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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엄마와의 여행- 김은아(통영해경 홍보실장·경위)

  • 기사입력 : 2020-11-19 20: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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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와 처음으로 단둘이 여행을 다녀왔다. 단둘이 여행을 한 건 내가 결혼을 한 후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긴 세월이 걸린 건지. 막상 여행을 다녀오고 보니 그동안 엄마와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게 참 이상한 일처럼 느껴졌다.

    엄마랑은 같이 있어 본 적은 있지만 같이 놀아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친정에 가면 엄마는 음식을 차려내고, 잠자리를 봐주고, 아이들을 챙겨주는 등 아주 분주했다. 하지만 같이 꽃을 보거나 푸른 바다의 모래사장을 걷거나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같이 차를 마시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람이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노는 것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부모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모든 일들을 이야기하며 함께 놀아달라고 떼까지 쓰지만, 성인이 되고부터는 부모와 같이 놀지 않게 되고 어느새 같이 노는 법을 잊어버린다.

    함께 놀지 않으니 우리는 참 정형적인 모습으로 부모님과 관계를 맺는다. 날씨가 좋지 않는 날 안부 전화를 하며, 건강은 괜찮은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묻고, 애들은 잘 크고 있다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그런 평범한 일상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가끔은 그런 틀에서 벗어나 즐겁고 유쾌한 경험을 함께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같이 영화도 보고, 가보고 싶었던 밥집도 가고, 요즘 유행하는 스카프도 하나씩 사고, 시장도 함께 가서 호떡도 먹고…. 생각해 보면 소소하게 할 수 있는 게 참 많다. 자주는 못하더라도 가끔 만나는 날에는 작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야 소소한 즐거움도 찾을 수 있다.

    물질적인 것은 함께하는 경험보다 값지지 않다. 엄마는 내가 수십 번의 용돈 봉투를 드린 것보다 단 한번 함께 여행을 했던 추억을 더 오래 기억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엄마 내가 그때 용돈 참 많이 줬잖아”라는 말은 계속할 수 없지만 “엄마. 그때 단풍, 바다 풍경이 참 멋있었잖아”라는 말은 철마다 반복해도 얼마나 즐거운 말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 선물을 주는 것보다 함께 여행을 떠나 보라.

    김은아(통영해경 홍보실장·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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