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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비혼(非婚) 임신-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11-19 2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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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씨가 결혼을 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하면서 ‘비혼(非婚)임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아이를 낳아 엄마는 되고 싶은데 사랑 없는 결혼은 하기 싫고, 결국 사유리씨가 선택한 것이 결혼하지 않고 정자 기증을 통한 출산이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낙태만이 아니라 아기를 낳는 것도 인정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아이를 낳을 권리를 말했다.

    ▼다양한 시각이 나온다. 엄마가 아닌 비혼으로 태어난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존엄한 생명으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감사할 수 있지만 아버지에게서 느낄 수 있는 묵직한 사랑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은 불행이고, 엄마의 선택에 의해 태어났지만 자식이 선택한 삶이 아니라는 비난도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아버지가 있다고 아이가 행복하거나 잘 자란다는 것도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사유리씨가 던진 화두는 간단하지 않다. 굳이 법적인 부부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낳고 싶으면 낳을 수 있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주장에서 확장해 전통적인 가족 구성과는 다른 미혼모, 비혼모, 재혼가족, 한부모 가족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한 인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저출산은 걱정하면서도 전통적인 정상가족 구성을 벗어난 출산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큼 냉정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면 통념도 변화하게 마련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13세 이상 남녀 중 59.7%는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30.7%는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2012년 조사 이후 매년 증가 추세라고 한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과감한 결단도 필요하고, 더디더라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필요하다. 사유리씨의 화두도 이렇게 시작됐다.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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