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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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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마릴린 먼로와 빌딩풍- 박광석(기상청장)

  • 기사입력 : 2020-11-18 20: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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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는 지하철 환기통에서 회오리쳐 불어온 바람에 마릴린 먼로의 스커트가 날리자, 황급히 누르는 장면이 나온다. 마릴린 먼로하면 떠오르는 이 유명한 장면에서 ‘먼로 바람(Monroe wind)’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여기서 말하는 먼로 바람은 ‘빌딩풍’으로, 미국에서는 빌딩풍을 ‘먼로 바람’이라고 부른다.

    빌딩풍은 도심의 고층 빌딩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돌풍을 뜻한다. 빌딩과 빌딩 사이에서 바람이 부딪쳐 갈라져 불게 되면 아주 강한 바람이 발생한다. 이 바람은 자연적인 바람보다 몇 배나 강한 바람으로 나타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빌딩풍으로 인해 각종 피해가 발생하면서 빌딩풍이 새로운 재해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초고층 빌딩이 가장 밀집하게 들어선 부산의 해운대 일대는 피해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어 주민들의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다. 사실 빌딩풍이 이슈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2018년 태풍 ‘콩레이’로 인해 엘시티 건설현장에서 유리창 수백 장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통해 초고층 빌딩풍이 지역 이슈로 부각되었다.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초고층재난관리법)’에 따르면 초고층 건축물이란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m 이상인 건축물을 말한다. 이러한 조건에 미치는 건물은 전국에 총 111동이 건설되었으며, 그중 부산에 35동이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빌딩풍에 의한 피해 사례 보고가 많지 않아, 현재까지 학문적 연구 또는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그 영향분석에 필요한 공신력있는 관측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기상청은 2019∼2020년 ‘기상관측차량’을 이용해 해운대 마린시티, 엘시티 주변에서 여러차례 빌딩풍 관측을 수행하여 빌딩풍이 실제로 발생하는 지점을 찾아냈다. 강풍특보가 발령된 날 해운대 엘시티 및 마린시티, 해수욕장 등의 장소를 ‘기상관측차량’으로 이동하면서 각각 관측을 실시하였다. 이 관측자료 및 영상 등은 즉시 공유되어 기상예보 등에 활용되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분석·예측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측자료를 생산할 수 있는 관측장비 설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빌딩풍 영향분석에 필요한 공신력 있는 관측자료 획득을 위하여 2020년 7월부터 자체 연구용 바람관측장비 3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또한 부산시, 국립기상과학원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하여 엘시티 동편교차로, 해운대 관광안내소, 해운대 유람선사 등 3개소에 관측장소를 확보하였으며, 그 자료는 종합기상정보시스템 등 기상청 서버에 무선통신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는 상시 방재업무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태풍 및 강풍 시 관측자료로 분석 환류될 것이다. 현재 빌딩풍 피해 대처를 위한 목적으로 행안부의 ‘지역 맞춤형 재난문제 해역사업’이 진행 중이며, 이와 관련, 부산광역시에서 ‘빌딩풍 위험도 분석 및 대응기술 개발’이란 주제로 연구개발사업이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 주관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상청, 부산광역시, 부산대학교는 11월 중으로 3개 관련 기관 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여 빌딩풍 대응기술개발을 통한 이 문제 해결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초고층빌딩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갈 것이며, 이에 따라 빌딩풍에 대한 피해 발생 및 사회적 관심도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피해 원인 조사, 예방대책 강구로부터 재해 예방을 위한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빌딩풍 재해유발 기준 제시 및 구역별 피해영향권 설정 등 빌딩풍에 대한 법제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상청의 빌딩풍에 대한 연구 및 관측은 이러한 법제화 시 활용을 위한 기초자료 축적은 물론, 초고층 빌딩으로 인해 발생하는 빌딩풍 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박광석(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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