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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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5) 산청 남사예담촌 부부 회화나무

내 휘우듬한 허리 안아주던 이, 당신이었나

  • 기사입력 : 2020-11-17 08:03:52
  •   

  • 그래요, 당신


    당신이었나

    기울어가는 어깨를 받쳐주고

    휘우듬한 허리를 안아주던 사람

    당신이었을 것이다

    내 눈물이 적신 무명옷자락으로

    팔베개 내어주던 그 온기는

    당신이어야 한다

    살아있다는 나의 기척을

    멀리 혹은 가까이서 살필 눈길은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영영 눈 감는 그날

    꽁꽁 언 내 손 잡아줄 한 사람

    그래, 당신이다

    몇 백 년이 지나도 여기

    내가 기다릴 사람은


    ☞ 풍광이 맑고 아름다운 곳. 산청을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특히 남사예담촌은 선비들의 마을로 불린다. 과거에 급제해 가문을 빛내던 고장이라 공자가 탄생한 니구산과 사수를 이곳 남사예담촌에 비유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불릴 만큼 발길을 붙드는 풍경이 곳곳에 있다.

    마을을 둘러 흐르는 남사천을 가운데 두고 국악의 명인들이 겨루는 마당인 기산국악당과 기산 박헌봉 생가가 있고 이사재, 면우 곽종석 유적지와 남사예담촌, 사양정사, 최씨 고가, 남 학장 전망대, 국보 조선 개국공신 교서비, 700년 된 매화나무, 600년 감나무 그리고 300년을 훌쩍 넘은 부부 회화나무 등 볼거리가 넘친다.

    남사예담촌을 방문하면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싶어 하는 곳이 부부 회화나무 아래 사잇길이다. 내가 들렀던 날도 부부, 혹은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손을 꼭 잡거나 팔짱을 끼고 굽은 나무 아래를 지나고 있었다. 돌담 사잇길 양쪽의 두 나무가 서로에게 기운 나무. 오래전 이 마을에도 그런 부부가 살았으리라.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보살핀 지극한 마음이 나무에 전해졌으리라. 몇 백 년이 흘러도 여기, 다시 그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마음이 소원해졌거나 권태로운 부부, 연인들은 남사예담촌을 와보시라. 혹시 아는가. 오래된 부부 회화나무 아래를 걷다 보면 옆의 사람이 소중하고 애틋함을 문득, 느낄지도.

    시·글= 이서린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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