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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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경남도립미술관 ‘별유천지(別有天地)’전 들여다보기

지역 청년들의 삶, 미술관에서 예술이 되다
도내 청년단체 4곳의 활동·구성원들 삶 전시로 구성
작가·작품명 있는 예술작품 탈피한 미술관의 ‘실험’

  • 기사입력 : 2020-11-10 21: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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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도 없고 작품명도 없다. 예술작품인지 아닌지 정체가 모호하다. 경남도립미술관 3층, 관람객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별유천지’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는 기존 미술관에서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다. 예술가가 아닌 지역 청년단체들이 직접 자신들의 삶을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도내에서 활동하는 4개 단체다. 동네 유휴공간을 공유 공간으로 활용해 살고 싶은 마을을 디자인하는 거제 ‘공유를 위한 창조’, 발달장애인과 어우러져 사는 사회를 추구하는 마을 공동체 양산 ‘비컴프렌즈’, 버려진 돌창고를 활용해 남해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돌창고프로젝트’, 청년 농부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남해의 ‘팜프라’가 그 주인공들이다.

    돌창고프로젝트
    돌창고프로젝트
    공유를 위한 창조
    공유를 위한 창조

    이들은 예술가도 아니고, 이들이 만든 전시를 예술작품이라 부르기도 어렵다. 다만 이들의 삶과 태도가 예술이라는데는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도립미술관과 최정화 작가는 이들이 추구하는 세계가 별유천지(別有天地), 즉 이상적인 세상에 가까우며 그것이 곧 예술이 추구하는 가치와 같다는 전제 하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박지영 학예사는 “별유천지 참가 단체들의 삶 자체가 커뮤니티 아트라고 본다”며 “미술관에서는 여러 부분에서 큰 모험이었는데, 예상보다 디자인적으로도 수준 높은 전시가 됐고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비컴프렌즈
    비컴프렌즈
    팜프라
    팜프라

    누구나 마음 속에 별유천지가 있다. 그 세계를 향한 길이 불안하고 고단한 걸 알기에 대부분 포기하거나 타협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 청춘들의 삶은 용기있고 치열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들의 삶을 예술작품 보듯 감상할 가치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 전시는 2월 14일까지.

    ◇공유를 위한 창조 ‘우리가 살고 싶은 동네: 세컨드 빌리지’


    ‘(주)공유를 위한 창조’는 불 꺼진 항구마을 거제 장승포를 바꿔보겠다며 거제로 이주한 청년 기업이다. 이들은 지난 2015년 부산 산복도로 초량동에서 도시민박촌 ‘이바구 캠프’ 프로젝트를 진행해 주민 주도형 마을기업 조성에 성공했다. 이후 이들은 두 번째 프로젝트 장소로 거제를 택했다. 죽어가는 도시에 숨을 불어넣어 청년들이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도시의 삶에 지친 청년들이 두 번째 고향으로 찾을 수 있는 마을, 우리가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2019년 거제에 둥지를 튼 이들은 거제의 자연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놀이(캠핑, 등산, 서핑)를 공유하고 지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아웃도어라운지 밗’과 ‘코워킹스페이스 안’, ‘라이프 편집숍 여가’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이번 별유천지 전시에서 △아웃도어라운지 밗 △라이프편집숍 여가 △제3의 공간 △우리가 살고 싶은 동네 등 4가지 주제로 팀이 추구하는 가치와 활동을 소개한다.

    ◇돌창고프로젝트 ‘남해 향해 항해: 닻도 있고 돛도 있고’


    돌창고프로젝트는 남해 시골마을의 낡은 돌창고를 재생시켜 지역의 새로운 문화 가치를 만들어 가는 팀이다. 2016년 도예작가 김영호씨와 문화기획자 최승용씨가 개조된 돌창고 안에서 전시를 하고 카페를 만들면서 시작한 돌창고프로젝트는 지역과 연계한 유의미한 활동을 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지역문화를 수집하고 보여주고 기록하는 ‘남해 보존 지도 프로젝트’, ‘남해 소리 음악공연’ 등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이번 전시에는 남해 다랭이논을 표현한 설치 작품을 배경으로 남해 청년 8인의 삶을 전시한다. 남해에서 새로운 돛을 펼친 청년들이 지역에 닻을 내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서울에서 남해로 이주해 카레식당을 운영하며 남해무인도영화제 등 남해지역 콘텐츠를 기획하는 정소영·하성민, 곤충농장을 운영하는 하성찬, 남해주민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김서진·한송이, 남해의 삶을 그리는 일러스트 김아영 , 남해 굿즈를 만드는 서윤희, 남해의 어른들을 기록하는 마파람사진관의 양희수, 남해 상주를 기록하는 정다현·이완술 등이 주인공이다.

    ◇팜프라 ‘팜프라 이야기’


    농업 법인 (주)팜프라(farm+infra)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삶의 전환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남해 두모마을에 둥지를 튼 이들은 청년들의 촌라이프 실험마을 ‘팜프라촌’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이를 중심으로 청년들이 농촌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동식 주거, 논농사 워크숍, 팜프라 매거진, 기술·인적 네트워크)을 제공한다.

    이들은 청년들이 다양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이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 청년이 필요한 시골에서 만큼은 청년들이 자유롭게 기반을 닦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들은 청년들의 촌라이프를 지원하는 한편 이러한 활동을 기록하고 공유로 확장시키는 작업과 시골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원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제도와 정책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축제를 진행하거나 사라져가는 지역 자원 보존에도 머리를 맞댄다.

    팜프라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의 아카이브를 다양한 이미지와 설치물을 통해 전시하고, 관객들에게 촌라이프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비컴프렌즈 ‘아하! 도시양봉/ 안녕하세요/ 호우시절&오봉살롱’


    양산의 비컴프렌즈는 꿀벌(bee)과 소통(communicate)하는 조금 특별한 친구(friends)들과 그 가족들이 만드는 발달장애인 마을 교육 공동체다. 발달장애 부모들의 공동육아·수업으로 시작된 이 모임은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도시 양봉 통합교육을 하는 ‘뭐든 학교’로 이어졌다. ‘뭐든 학교’에서는 꿀벌 개체수 확산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고, 비장애인과의 소통을 꾀하고, 발달장애인의 새로운 직업 모델을 제시한다. 또 이들은 발장장애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그룹 홈 ‘호우시절’과 마을 커뮤니티 비즈니스 공간이자 친환경 양봉 카페인 ‘오봉살롱’ 사업도 진행한다. 내 아이의 자립과 행복을 위해 시작한 일들이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들은 이번 전시서 △아하! 도시양봉! △안녕하세요! △호우시절&오봉살롱 등 3개의 테마로 작품을 선보이며 소통을 권한다. 첫 번째 공간은 비컴프렌즈 활동과 발달장애 친구들이 만든 작품을 소개하고, 두 번째 공간에는 발달장애 친구들이 인사를 건네는 영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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