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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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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사회로 진출하는 제자에게- 이강주(창원대 교수·2020대한민국건축문화제 운영위원장)

  • 기사입력 : 2020-10-28 20: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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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코 쉽지 않은 5년의 건축학 과정을 마무리하면서 사회 진출에 분투하고 있는 제자에게 축하와 함께 힘찬 격려를 보낸다. 건축의 역사는 인류와 함께하는데 전문직으로서의 건축가는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두오모를 설계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부터니까 이제 600년이 조금 넘었구나.

    모름지기 전문직은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첫째가 기율이라고 부르는 체계적인 수련 과정이고 다음은 졸업 후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는 고유의 직업세계이며, 마지막은 보호 및 지원체계로서의 법제도란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전문직이라고 할 수 없는데 다행히 건축은 이러한 조건들이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이지. 그러니 제자야 남보다 1년 더 긴 배움의 기간과 건축학인증이라는 까다로운 교육과정을 완수한 것에 무엇보다도 자부심을 가졌으면 해.

    제자야, 사람들이 성공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 외모가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부모의 재력이 인생을 성공의 길로 인도한다는 것, 일류 대학을 나오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오해들인데 그렇지 않단다. 외모, 부모의 재력, 학벌 등은 성공 요인 중 10퍼센트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데, 반대로 인생에 독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매일 보고 있지 않니. 90퍼센트는 모두 자신의 노력으로 채워야 하는데, 그 90퍼센트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관계야. 성공을 위해서는 넓은 시야와 아량, 섬세한 안목, 강인한 의지,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 유연한 생각 등을 배울 수 있는 친구를 반드시 만나야 한단다.

    제자는 대학 시절 동안 위와 같은 친구를 꼭 사귀었을 것이라 믿는다. 진정한 친구가 없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만약에 그러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꼭 노력하도록 하자. 친구라 해서 꼭 나이가 같을 필요는 없을 거야. 선배는 물론 후배, 교수까지도 어른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은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사람과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그(녀)와 잘 지내는 방법, 즉 공감 능력을 높여야 하겠지. 자신의 시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바로 공감 능력인데, 상대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고 긴 안목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야. 내 것만 중요한 미성숙함과 다른 차원인 이 능력은 성공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자 타인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전제조건이란다.

    제자야, 사회로 진출하면 사소한 일로 힘 빼지 않는 현명함을 발휘하기를 바랄게. 일반적으로 세상은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고 분명하게 주장하라고 북돋우지만, 그 표현이 지혜로 조율되지 않으면 초라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참담함이 찾아올거야. 제자도 그렇겠지만, 누구에게 지적을 받거나 반박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단다. 따라서 사소하고 작은 일은 흔쾌하게 들어주고, 중요하고 큰일은 진중하게 상의하는 것이 지혜란다. 특히, 조직에서 이 점을 명심해서 실천하면 기대 밖의 좋은 열매가 보답으로 주어질게야, 믿어보렴.

    마지막으로, 손으로 쓰는 자그마한 노트를 하나 마련하도록 하자. 아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선택하여 행복노트라 이름을 붙여보렴. 그 노트에 일상에서 생기는 작은 일들을 기념일이라는 이름으로 써보면 어떨까. ‘좋은 사람 만난 기념일’, ‘2만보 걸은 기념일’, ‘공활한 가을 하늘 기념일’ 등등. 하루에 하나도 좋고 열 개 넘게 적히는 날도 있겠지. 그렇게 일상의 감수성을 예민하게 가져가면 감사와 행복이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거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아 참, 11월 11일부터 온라인 전시로 개막하는 2020대한민국건축문화제(convention2020.kia.or.kr)에 꼭 방문해서 이 시대 우리의 건축을 살펴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도록 하자. 우리 제자 파이팅!

    이강주(창원대 교수·2020대한민국건축문화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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