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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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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Pet)칼럼] 인터넷이 반려동물 건강 책임질까

  • 기사입력 : 2020-10-28 08: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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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 얼 (경남동물병원협회 재무이사·수의사)

    대학 시절 컴퓨터 개론이라는 과목을 들은 적이 있다. 강의 중간 교수님이 잡담처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중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는 신뢰할 수 없다. 출판된 정보만 신뢰할 수 있다. 책이나 논문은 저자가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지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는 그렇지 않다.”

    이로부터 20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때와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다. 요즘은 각 분야의 전공서적도 전자책으로 출판되고 논문 또한 인터넷으로 출판되니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 모두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수님의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 중 상당수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병원에 방문하는 보호자들 중에서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토로하는 분들이 있다. “인터넷에서는 이렇게 나오던데 이게 맞을까요? 이렇게 해도 될까요?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런 질문에 대해 수의사로서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가장 반려동물에게 해가 되지 않고 이득이 되는 길을 알려드리기 위해 애쓴다.

    가끔 안타까울 때도 있다. 어느 수의사를 붙잡고 물어봐도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행위들을 하는 보호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매우 상세히 설명드려도 본인이 찾은 정보를 철석같이 믿고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 어쩌겠는가. 그 동물의 법적 보호자는 수의사가 아닌 것을. 고통 받는 동물의 입장에 감정이 이입되어 마음이 아플 뿐이다.

    최근 필자의 병원에 아주 심각한 귀 염증으로 방문한 강아지가 있었다. 발병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그동안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약국에서 약을 구입해서 직접 사용했으며 처음에는 조금 좋아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점점 더 악화되어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귀 내부와 주변을 살펴보니 염증이 매우 심한데다 피부가 매우 두꺼워지고 딱딱해진 상태였다. 부드럽고 매끈한 피부가 이렇게 변하는 것은 염증으로 인한 만성적 자극 때문인데 두껍고 딱딱해진 피부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 후에도 염증이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초기에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면 짧은 시간과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인터넷에 올라온 잘못된 정보를 이용해 장기간 자가치료 한 결과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게 됐다. 보호자의 주머니 사정도 나빠졌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만성, 재발성 귀 염증을 얻게된 강아지가 아닐까?

    반려동물의 건강에 관련된 문제는 꼭 인근 동물병원을 찾아서 진료나 상담을 할 것을 당부드린다. 수의사는 동물에 대해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아는 척척박사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가 인정한 동물의료분야의 전문가로서 늘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여 최선의 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어려워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인근 동물병원의 문을 열어보시라.

    최 얼 (경남동물병원협회 재무이사·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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