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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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관계의 미학- 신서영(수필가)

  • 기사입력 : 2020-10-26 20: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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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서영 수필가

    사춘기 때, 외향적인 성격의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어서 며칠씩 말도 않고 고집을 부릴 때가 많았다. 성격이 맞지 않아 서로 다툴 때면 늘 바람막이 역할은 아버지 몫이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와 같거니 여겼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성질이 다르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같은 부모님을 둔 형제일지라도 제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기도 하고 사회적인 여건과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능력도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뿐인가, 모든 물질의 성질도 같은 것이 없지 않은가. 이제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응석을 부리며 도움만 받았던 내가 아니라 어머니 등도 다독거리며 부대꼈던 마음도 풀어드리고 싶은데 다른 세상으로 가신 지 오래되었다.

    간혹 가까웠던 이들의 낯선 행동에 가슴앓이를 한다. 내 이기심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속내를 다 드러내고 편하게 지냈던 이가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 같은 성격들을 드러내면 실망감에 마음이 찢기는 듯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전과는 달리 쉽게 체념해지고 마음의 문을 닫을 수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진다는 말은 여유 있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하는가보다. 상대를 탓하기 전에 한걸음 물러서서 그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풀리지 않는 문제에 직면하면 가족들에게 내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고 답을 구할 때가 있다. 그러면 냉정하게 딱 결론을 지어 주기도 한다. 내 욕심을 배제시킨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어서 곧잘 행한다. 하지만 권력을 쥐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리에 앉으면 달라지는 것일까. 어긋나는 일인 줄 알면서도 내 자식이 남보다 편해야 되고 부정을 저질러도 출세시키려는 일이 다반사다. 자식이나 부모 앞에서 잠시 후면 드러날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본다. 부모가 자식을 진정 사랑한다면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부모의 잘못된 잣대로 자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짓밟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낳았다지만 결국 타인이고 세상에 오롯이 홀로서기를 조심스럽게 도와야 할 일이다. 타인의 방은 신비스럽고 서로를 알고 믿으며 의지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기에.

    신서영(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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