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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인구소멸지역은 정말 소멸될까- 이상규(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0-10-26 20: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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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규 정치부장

    언젠가 밀양, 양산, 합천, 산청, 하동 등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골 전원주택 단지를 작정하고 돌아본 적 있다. 평소 로망이던 한적한 시골에 손수 집을 짓고 사는 사람과 동네를 찬찬히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예쁜 집과 잔디가 잘 다듬어진 마당, 그리고 텃밭 등 평화로운 모습을 한 전원주택과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장차 퇴직하면 이런 시골에 손수 집 짓고 살면 되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전원주택에 대한 환상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전원주택 생활하는 분들이 유튜브를 통해 그 생활은 결코 낭만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전원주택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면 이런 대답이 나온다.

    “근처 동네 집들이 참 예쁜데, 저런 집들은 지으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요. 땅 고르고 집 짓는데 몇 년은 걸리겠죠?”

    “요즘 어느 곳이나 매물 많습니다. 고생해서 땅사고 집 지을 필요 없어요. 돈만 있으면 언제라도 들어올 수 있습니다. ”

    경남의 물 좋고 산 좋고 경치 좋은 지역에는 전원주택 단지와 펜션 등이 어김없이 들어서 있지만, 팔려고 내놓은 집도 의외로 많다.

    알다시피 시골의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0년 5월 기준 지역별 인구소멸지수를 인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18개 시·군 중 12곳이 소멸위기에 처했다. 그 전에는 주로 군 지역이 소멸지역으로 분류됐는데, 시 지역 가운데 사천시와 밀양시도 모두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합천·남해·산청·하동·의령군 등 5곳은 고위험지역이다.

    소멸지역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멸 고위험지역의 인구 10명당 가임여성 인구는 겨우 1명 정도이다. 마치 서울 사람이 ‘지방에 내려오면 죽는다’고 여기는 것처럼, 경남지역 안에서도 도시에서 군지역으로 들어가면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농촌에서 조용하고 여유롭게 남을 생을 살겠다 결심하고 어렵사리 시골로 온 사람들도 여러 이유로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몇 년에 걸쳐 고심해 땅을 고르고, 스스로 설계해 정성껏 꾸며 놓은 전원주택과 펜션을 처분하려는 이유는 뭘까.

    잔디가 깔린 마당에 돗자리 펴고 않아 책 읽고 차 마시고 음악 듣고, 가까운 들과 산으로 산책가는 게 우리가 꿈꾸는 전원생활의 일상인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사람들 모여 사는 도시가 다시 그리워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귀농·귀촌 인구가 새로 정착한 땅에 동화되지 못하고 겉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원주택 생활이 감옥처럼 느껴지면 집을 팔지도 못하고 비워 둔 채로 다시 도시로 회귀한다. 전원주택 매매는 도시 아파트처럼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 집들이 단지마다 늘고 있다. 이대로 두면 전원주택 단지도 전통적인 시골 마을처럼 소멸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골을 살릴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귀촌과 귀농 붐을 일으켜 인구를 유입시키는 일이다. 복잡한 인간 관계를 떠나 전원생활을 한다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도 역시 사회적 존재일 수밖에 없고, 존재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 이들은 현업에 있을 때 각 분야의 전문가였고, 나름의 경험과 경륜을 갖추고 있다. 이들이 시골에서 자연스럽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해당 지자체가 보다 정교한 정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이상규(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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