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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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경남오페라단 창단 29주년 기념 오페라 ‘리골레토’

꼼꼼한 연출·섬세한 연기로 그려낸 베르디 걸작
궁정 어릿광대의 비극적인 삶 담아
‘여자의 마음’ 등 유명 아리아 가득

  • 기사입력 : 2020-10-21 0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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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다는 지금 첫사랑에 빠졌어요. 아버지의 과보호 속에 남자를 만난적도 없어요. 그런데 교회에서 만났던 젊은 청년이 집까지 찾아와 사랑고백을 합니다. 손잡고 포옹하고 키스하고… . 질다는 지금 완전 사랑에 빠졌어요. 그 느낌으로 가주세요!”

    김성경 연출자가 만토바를 생각하며 부르는 질다의 아리아에 감정선을 실어 줄 것을 요구하자 소프라노 손지수의 표정과 움직임이 바로 달라진다.

    리골레토 역의 바리톤 최병혁과 질다 역의 소프라노 손지수가 연습을 하고 있다.
    리골레토 역의 바리톤 최병혁과 질다 역의 소프라노 손지수가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8시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신대학교 예술관 지하연습실. 지역을 대표하는 오페라단인 (사)경남오페라단(이사장 노경오)이 창단 29주년 기념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을 위해 연습이 한창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잠시 연습을 중단했던 경남오페라단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에 힘입어 집중 연습체제로 돌입했다. 지난 6월 공개오디션에서 캐스팅된 출연진들이 이날 오후부터 1박 2일간의 연습을 위해 서울·대전·부산 등 전국에서 속속 모여들었다. 피아노 선율이 음악실을 가득 채워지고 연출자의 디테일한 요구가 이어지자 출연진들의 눈빛은 어느새 진지해졌고 연습은 늦은 밤까지 계속 이어졌다.

    경남오페라단 창단 29주년 기념 오페라 ‘리골레토’ 출연자들이 18일 창신대 예술관에서 연습하고 있다.
    경남오페라단 창단 29주년 기념 오페라 ‘리골레토’ 출연자들이 18일 창신대 예술관에서 연습하고 있다.

    ◇인간의 처절한 비극을 그린 베르디 걸작

    ‘리골레토’는 경남오페라단의 ‘아이다’와 ‘가면무도회’, ‘일 트로바토레’ 에 이은 베르디 걸작 시리즈 4탄으로 경남오페라단에서 10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V.M.Hugo)의 희곡 ‘환락의 왕(Le Roi s amuse)’이 원작인 오페라 ‘리골레토’는 한 인간의 처절한 비극을 그린 작품으로 작곡가 베르디와 대본가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F.M.Piave)에 의해 탄생했다. 1851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라 페니체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그 내용과 음악에 공감한 관객의 엄청난 찬사를 얻었다. 지금까지도 베르디 3대 오페라 중 하나로 손꼽히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 중에 하나다. 국내에서도 자주 공연돼 대중들에 많이 알려져 있으며 광고에 삽입돼 더 유명해진 아리아 ‘여자의 마음’을 비롯해 테너 아리아 ‘이 여자나 저 여자나’ 등 익숙한 아리아들이 가득하다.

    만토바 공작 역의 테너 정제윤과 질다 역의 소프라노 손지수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만토바 공작 역의 테너 정제윤과 질다 역의 소프라노 손지수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연출은 10년 전 ‘리골레토’를 연출했던 김성경 연출자가 다시 맡았으며, 베르디 걸작시리즈를 3번째 함께하는 마에스트로 이동신이 지휘봉을 잡는다. 리골레토 역은 경남오페라단의 ‘아이다’와 ‘가면무도회’에서 탁월한 성량과 연기력을 보여준 바리톤 최병혁이 맡았다. 질다역의 소프라노 손지수, 만토바 공작 역의 테너 정제윤 역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실력파들이다.

    이번 공연은 경상남도의 후원과 BNK경남은행의 특별협찬으로 오는 31일 오후 5시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문의 ☏263-4400.


    ◇오페라 ‘리골레토’ 미리보기

    제 1막 1장 : 때는 16세기 이탈리아 만토바 공국(公國). 만토바를 다스리는 만토바공작은 소문난 바람둥이다. 리골레토의 직업은 이런 궁정의 파티에서 왕과 귀족들을 웃겨주는 어릿광대다. 공작의 신임을 얻고 있는 리골레토는 바람둥이 만토바에게 여자를 골라주기도 하고 뒷수습도 도맡아한다.

    파티 중이던 만토바는 갑자기 눈에 들어온 체프라노 백작부인에게 접근한다. 그 광경을 본 체프라노 백작이 화를 내자 리골레토는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조롱한다. 이런 리골레토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궁정 부하들은 리골레토 집에 젊은 여자가 있다며 납치 음모를 꾸민다.

    제 1막 2장 : 리골레토는 몬테로네의 저주를 마음에 걸려하며 귀가하던 중 자신을 청부 살해업자라고 소개하는 스파라푸칠레를 만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리골레토는 딸 질다에게 밖에 나가지 말 것을 당부하고 밖을 살피러 나간다. 그 사이 학생으로 변장한 만토바공작이 들어와 질다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당황하던 그녀도 교회에서 만났던 그 남자임을 확인하며 사랑의 감정으로 가슴 설렌다.

    제2막 : 부하들이 납치해온 여자가 바로 질다라는 것을 알게 된 공작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리골레토는 궁정으로 나가 부하들에게 공작의 행방을 물으며 딸을 돌려달라고 소리치고, 공작의 부하들은 그녀가 리골레토의 딸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이미 공작의 유혹에 넘어가 사랑에 빠진 딸을 보며 리골레토는 공작에게 복수할 결심을 한다.

    제3막 : 리골레토는 스파라푸칠레에게 공작의 살해를 청부한다. 이때 병사로 변장한 공작이 여관으로 들어가 스파라푸칠레의 누이인 막달레나를 유혹한다. 이를 밖에서 본 질다는 절망하고 아버지의 명에 따라 베로나로 떠나기로 한다. 스파라푸칠레가 잠든 공작을 살해하려하자 그새 공작을 좋아하게 된 막달레나는 그를 살려달라 간청하고 결국 남매는 여관에 처음 들어오는 손님을 죽여 공작의 시체를 대신하기로 한다. 미련을 버리지 못해 여관으로 되돌아온 질다는 그 이야기를 엿듣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대신 희생하기로 결심한다.

    리골레토는 스파라푸칠레에게 넘겨받은 공작의 시체 자루를 끌고 강가로 간다. 그런데 여관에서 공작의 노래 소리가 들려오자 당황한 리골레토는 두려움에 자루를 열어본다.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며 죽어가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던 리골레토는 고통스럽게 딸을 끌어안고 ‘저주구나’라고 외치며 쓰러진다.



    /인터뷰/ 정인숙 경남오페라단 예술총감독

    “배우의 생생한 호흡과 연기, 현장서 꼭 느껴보길”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가슴을 졸이며 공연을 준비해 왔습니다. 오페라만의 특별한 매력에 빠져보십시오.”

    경남오페라단 창단 29주년 기념 오페라 ‘리골레토’를 진두지휘한 정인숙 예술총감독은 공연을 위해 통큰 후원을 해준 BNK경남은행과 경상남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분 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공연예술 분야는 더욱 힘들었다. 1년 동안 기획한 공연을 계획대로 진행해 나가는 과정에 너무 변수가 많았다. 당초 ‘리골레토’는 3회 공연으로 기획됐고, 출연진도 더블캐스팅으로 계약까지 완료된 상태였고 공연홍보물도 그렇게 제작됐다. 그러나 9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대면공연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결국 공연을 1일 1회로 축소했다. 부득이 출연진과 스태프 일부 인원을 중도에 빠지게 해 마음이 한참 무거웠다.

    -대면공연으로 만나는 오페라의 매력은.

    ▲오페라는 연극과 음악이 공존하는 무대다. 연극이 인간의 고뇌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르라면 음악은 언어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 그 너머의 특별한 언어로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예술이다. 오페라는 극적인 드라마에 아름다운 노래와 오케스트라의 하모니가 더해지고 거기에 무대세트, 조명, 영상, 의상, 분장이 한데 어우러져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요즘 오페라 가수들은 가창력뿐만 아니라 뛰어난 연기력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음향장치 없이 공연장 전체를 울리는 순도 백퍼센트 오페라가수의 목소리는 경이롭다. 마이크를 통하지 않는 그들의 생생한 호흡과 연기를 객석에서 직접 마주 하는 것은 오페라 공연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일 것이다.

    -관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식상한 표현 같지만 오페라는 정말 딱 아는 것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 관람 전 줄거리는 꼭 읽어보고 올 것을 권한다. 대표 아리아까지 들어보고 온다면 더 좋겠다. 우여곡절 끝에 무대에 올리는 ‘리골레토’에 많은 관심 바란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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