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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김해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사퇴-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20-10-20 19: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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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휴가 기간 아내와 지인들과 골프 여행을 갔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김해시청을 반나절 셧다운시켰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됐던 김해시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지난 8일 자진 사퇴했다. 그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조치 기간인 지난 8월 18~19일 지인 3명과 부부 동반으로 전남으로 골프여행을 갔다가 함께 간 지인으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감염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휴가에서 복귀해 같은 달 24일 열린 김해시 확대 간부회의에 참석한 뒤 먼저 확진판정을 받은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25일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그가 회의에 참석했던 김해시청 본관과 별관, 김해시의회 건물, 그리고 그가 근무하는 도시개발공사 사옥 등이 26일 오후 12시간 이상 폐쇄되는 물의를 빚었다. 또 함께 회의에 참석한 간부공무원들이 검사를 받고 2주간 격리되는 등 소동을 빚었다. 이후 김해시는 같은 달 28일 코로나19 확진으로 시청 폐쇄 등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물어 그를 직위해제했다. 그리고 그는 직위해제된 지 41일 만인 지난 8일 스스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허성곤 김해시장은 애초 직위해제 이후 주변이 잠잠해지면 복직시킬 생각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도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그가 자진해서 물러나자 안타까워하면서도 한시름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조금은 장황하게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가 자진 사퇴함으로써 김해시청 주변 관가는 조용해졌지만 과연 그가 도시개발공사 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느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가 골프여행을 떠난 시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그가 부부동반으로 골프여행을 떠난 8월 18~19일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1단계) 기간이었다. 당시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외식·숙박·여행·문화체육업종 등에 대해 대대적인 소비 할인 쿠폰을 뿌리고 임시 공휴일(8월 17일)까지 지정하면서 대외활동을 장려했다.

    이를 계기로 확진자가 치솟자 정부는 광복절 광화문 집회 탓으로 돌리고는 8월 23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시켰다. 그러자 그에 대한 비난여론도 ‘코로나19 비상시기에 골프여행’, ‘코로나19 비상상황속 골프여행’, ‘코로나19 확산시기에 골프여행’과 같이 정부가 대외활동 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와중에 이를 무시하고 골프여행을 갔다가 감염됐다는 식으로 엉뚱하게 프레임이 형성됐다. 그는 그냥 휴가기간 여행을 갔다가 운이 나빠 감염이 됐을 뿐이다.

    정부는 지난 18일 최근 두달여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벼랑끝으로 내몰린 내수업종을 살리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공연, 영화, 체육분야부터 소비 할인권 배포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겨난다. 만약, 김해시를 포함 정부나 지자체의 간부공무원이 정부 정책에 맞춰 내수진작 차원에서 공연이나 영화, 체육관람을 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그 사실을 모른 채 출근해 청사 문을 닫게 하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김해도시개발공사 사장과 같이 자진 사퇴를 압박해야 할까. 다시 말해 김해도시개발공사 사장은 정부의 여행 장려기간에 휴가를 내어 지인과 함께 골프를 치러 갔다 재수 없게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그는 어쩌면 정치방역의 희생양일지 모른다.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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