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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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3) 고성 연화산 옥천사 일주문(경상남도 기념물 제140호)

이름 없이 가뭇없이, 피안으로 드는 길은 아득하여라

  • 기사입력 : 2020-10-19 21:48:29
  •   

  • 그승


    피안으로 드는 길은 아득하여라

    이승 넘어 그 너머에

    저승이 있고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 그승에는

    첩첩 알 수 없는 골과 골이 있어

    꽃 피었다 지는 그 사이가 있어

    마음 하나 올곧게 세워 한 평생

    앞만 보고 걸어도 발밑은 늘 허방이어서

    세상은 뜬구름 같기만 하였어라

    빛의 그늘만 같았어라

    그승,

    바람의 집 한 채 품은 그곳에 들어

    이름 없이, 가뭇없이


    ☞고성 연화산 옥천사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140호로 지정돼 있다. 지금으로부터 1350년 전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화엄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화엄을 강론하기 위해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절의 이름인 옥천사는 대웅전 옆 작은 샘이 있어 ‘달고 맛있는 샘(옥천)’에서 유래하였다.

    어느 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일주문 앞에서는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일주문은 이쪽과 저쪽의 경계다. 피안과 차안의 구분이면서 또한 세상과의 단절과 합일의 선택이기도 하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이승 너머에 있는 저승, 그 사이에 있을 것 같은 그승은 어쩌면 내 마음속에 만든 나만의 한 세상일지 모른다. 그곳은 존재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들인 바람의 집, 나는 이 순간에도 그승의 꿈을 꾼다. 이름 없이 가뭇없어도 좋을 적막한 그 세상 속으로 사라져도 좋을.

    시·글= 이기영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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