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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이러다가 빚잔치 할라- 양영석(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20-10-19 20: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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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여년 전만 해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높았다. 개인신용도가 높아도 10% 이자율이 적용됐고 대출 연체이자가 20%가 넘었으니 은행으로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막대한 이자 수익을 챙겼다. 대출받은 서민들은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 내느라 허리가 휘어진 반면, 부자들은 예금이자로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 침제 등의 영향으로 2000년 5%대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0.5%로 낮아졌고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2~4%대에 머물고 있다.

    이렇게 돈 빌리기 좋은 환경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부동산·주식 ‘빚투’까지 겹치면서 요즘 빚을 내는 것이 유행처럼 돼 버렸다.

    그러다 보니 민간 빚이 나라 경제규모의 2배를 훌쩍 넘었다. 올 2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 부채) 비율은 206.2%로 파악됐다. 1분기 말(201%)과 비교해 5.2%p 상승했고, 1975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다.

    가계·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원리금 상환유예 등 각종 금융지원 조치로 아직까지 신용위험이 현실화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

    문제는 대출 원금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는 내년 3월 이후다. ‘정책 보호막’이 사라지면 한계상황에 놓인 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할 수 있고, 이는 금융기관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나랏빚도 급증하고 있다. 4차 추경 편성 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역대 최대인 43.9%로 늘어난다. 이는 작년(38.1%)보다 5.8%p나 오를 것으로 상승폭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3.9%P)이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3.0%p)보다 크다.

    국가채무 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성장률이 하락하는데 돈 쓸 곳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한 문제라는 것이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대로 가다간 경제의 3대 주체인 가계·기업·정부 모두 빚잔치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1990년대 중반으로 되돌아가보자. 경기 활황세를 탄 당시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기자본이 아닌 금융권의 부채로 공격적인 투자로 나섰다. 특히 대우 등 대기업들은 과도한 차입을 통해 외형을 불리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1997년 7월 터진 동남아 외환위기는 국내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외국 은행들은 리스크가 커진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을 꺼리게 된다. 이들의 대출만기 연장 거부로 국내 금융기관들은 더 이상 대기업들의 과잉투자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고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이 현실화되자 국내 금융시장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결국 1997년 11월 21일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1997년말의 외환 위기와 그 후 수년간 이어진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자살률 급증·가족 해체·출산율 저하·양극화·고용 불안·청년 실업 등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암울한 현실은 이런 빚잔치의 대가다.

    외환 위기를 겪었던 한 사람으로서 다시는 그런 전철을 밟고 싶지 않다.

    양영석(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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