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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막걸리- 김용훈(문화체육부 기자)

  • 기사입력 : 2020-10-11 20: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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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바뀐 일상 중 하나는 혼술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혼술이 늘다보니 술을 직접 제조해 먹는 경우도 많다.

    ▼아무래도 담가먹는 술은 우리의 전통주 막걸리이다. 재료만 보면 고두밥 등 쌀과 누룩, 물만 있으면 된다. 발효를 돕는 이스트를 첨가해도 좋다. 단맛을 내는데는 맵쌀보다 찹쌀이 좋다. 발효에 들어가기 전에 누룩을 햇빛에 하루이틀 말리는 과정도 중요하다. 발효 시작 이틀째에는 발효되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누룩의 효모가 살아숨쉬며 기포를 내뿜는다. 셋째날부터는 뽀글거리는 기포가 잦아지면서 마치 속삭이듯이 소리마저 낸다.

    ▼1차 시도 때는 누룩향이 강하고 쓴맛이 났다. 실패다. 2차 시도 때는 너무 신맛이 났다. 1·2차 시도 모두 무어라고 형용할 수 없는 맛이다. 분명한 것은 흔히 아는 막걸리 맛이 아니었다. 20리터까지 짜낸 나만의 막걸리는 처치 곤란 지경까지 갔다. 지인에게 나눠주려던 희망사항도 더불어 날아갔다. 재료값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그동안 들어간 수고가 아까웠다. 억지로 마시기를 몇일째, 결국 나의 막걸리는 어머니의 텃밭 거름으로 쓰였다. 막걸리를 먹은 상추는 무성하게 잘 자랐다.

    ▼누룩에는 누룩곰팡이 말고도 흔히 술 약이라 부르는 효모와 다른 세균들도 가득 들어 있다. ‘발효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효모는 누룩곰팡이가 분해해 둔 포도당을 더 작은 물질인 에틸알코올로 쪼갠다. 이것이 알코올 발효로 이 과정에는 산소가 필요 없다. 미생물의 힘은 정말 경이롭다. 재료는 간단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것이다. 막걸리의 제조방법은 누룩 등 재료에 따라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도 제각각이다. 막걸리가 원하는 맛대로 제대로 익지 않은 데는 쌀과 물의 배합, 온도 등 수많은 변수 중 어느 부분이 맞지 않았을 것이다. 막걸리든 사람이든 익는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과정인가보다.

    김용훈(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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