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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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47) 분식태평(粉飾太平)

-가루를 발라 태평한 것처럼 꾸민다.

  • 기사입력 : 2020-09-29 08: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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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월 22일 오후 9시 40분쯤, 우리나라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총으로 사살되어 시신이 불태워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근래에 저지른 북한의 만행 가운데서 가장 악랄한 것이다.

    대통령은 국군최고통수권자로서 자기 나라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응은 어땠을까? 그 공무원의 ‘실종’부터 청와대의 규탄 성명 발표까지 정확히 74시간 동안 문 대통령은 세 차례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24일 대통령은 실종부터 피격 및 시신 훼손 정황까지 북한의 만행에 대해 총 4차례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오후 6시 36분 ‘북측이 A씨를 발견했다’는 실종 사실을 보고받았다. 북한은 3시간 뒤인 오후 9시 40분쯤 A씨를 총으로 사살했다. 대통령은 아직도 살아 있는 우리 국민을 구출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나중에 청와대 안보실장의 보고에 의해 알려진 사실이지만, 북한과 비상연락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3일 오전 11시 군 장성 진급식에서 “평화의 시대는 일직선으로 곧장 나 있는 길이 아니다. 진전이 있다가 때로는 후퇴도 있고, 때로는 멈추기도 하고, 때로는 길이 막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자기 국민이 북한에 잔인하게 살해된 사실을 알고도 계속 ‘평화’ 타령만 한 것이다.

    다음 날인 24일 오전 8시 청와대는 다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국방부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해 분석 결과를 통보받고,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했다.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서 실장은 이에 따라 낮 12시 회의를 개최했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은 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오후 2시 ‘디지털 뉴딜’ 관련 행사에 참석해 아카펠라 공연을 봤다. 많은 국민들이 “국민이 북한에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졌다는데 대통령이 공연 보고 박수를 쳐? 저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인가?” 등의 반응을 보이며 격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만행이 9·19 군사합의에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끝까지 북한을 감싸고 있다. 문 대통령 74시간 동안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많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세월호 침몰사건 때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을 두고 문 대통령은 “긴박한 사고의 순간에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사고를 챙기지 않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자기의 말처럼 문 대통령 자신의 행적을 밝혀야 한다. 문 대통령은 25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평화를 여섯 번 외쳤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평화를 부르짖을 수 있을까? 분칠을 해서 꾸민 가짜 평화를 계속 믿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취임 이후 최우선적으로 추진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무슨 성과가 있었는가?

    * 粉 : 가루 분. 가루 바를 분.

    * 飾 : 꾸밀 식. * 平 : 평평할 평.

    * 和 : 화합할 화.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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