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7일 (수)
전체메뉴

[동서남북] 고성 청소년들의 인생 첫 ‘내 돈’- 김성호(통영거제고성본부장·부장)

  • 기사입력 : 2020-09-27 20:10:02
  •   

  • 백두현 고성군수의 공약 사업 중 하나인 ‘청소년 꿈 키움 바우처 지원 조례안’이 군의회를 통과했다. 이 조례안은 고성의 모든 중학생에게 매달 5만원, 고등학생에게 7만원을 현금 형태의 포인트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해 20억원 안팎의 순수 군비가 부담스러워 1년이 넘도록 군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다가 지난 24일 군의원 11명 가운데 찬성 6표, 반대 5표로 힘겹게 본회의를 통과했다. 4차례 도전 만이다. 군의회는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시범운영한다’는 조건을 달아 가결했다. 이 조례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돈은 항상 필요하지만 항상 부족한 속성을 갖고 있다. 부자는 부자 대로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대로 돈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껴야 되고 남겨야 되는 것이 돈이다. 돈을 잘 쓰면 인생의 ‘위너’가 되고 못쓰면 ‘루저’가 된다.

    이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한정된 돈을 아껴가며 지출하는 것을 경험해 보는 일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다. 그래서 10대 때부터 용돈기입장을 쓰라고 강조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주기적인 용돈을 줄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짐작컨대 부자든 가난하든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아이에게 주기적인 용돈을 주지 않는다. 경험칙 상, 아이가 자라는 수년 동안 용돈을 잊지 않고 꼬박꼬박 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번 조례안 통과로 내년부터 고성군의 청소년들은 꿈 키움 바우처를 받게 된다. 중학생 1136명, 고등학생 1465명이 대상이다. 이 돈은 청소년 스스로가 관리하고 지출할 수 있는 ‘내 돈’이다. 어떤 학생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중한 돈이 될 것이고, 다른 학생에겐 쉽게 낭비해버릴 공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교육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내 돈’ 사용법에 대한 또래 간 토론이든, 경제전문가의 특강이든 돈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론 고성군의 ‘꿈 키움 바우처’ 사업은 거대한 실험이다. 이때까지 이렇게 많은 청소년들에게 맘대로 쓰라며 돈을 주기적으로 줘 본 사례는 없었다. 청소년들이 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를 추적해 살펴보는 일도 중요하다.

    우리의 삶에 있어 돈의 무게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아이들 역시 돈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수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성군의 꿈 키움 바우처 사업은 용돈을 넘어 청소년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 주는 것과 같다. 고성군의 청소년들이 ‘내 돈’을 잘 쓰도록, 혹은 ‘내 돈’의 소중한 가치를 잘 알도록 깨우쳐 주는 군의 후속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돈을 현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경험을 주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김성호(통영거제고성본부장·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성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