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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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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에 맞서는 사람들 ⑧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이현옥 부센터장

심리적 고통 호소 2만명… 마음 열어 ‘아픔 치유’
도민 심리 지원·상담 총괄
노인 등 고위험군 모니터링

  • 기사입력 : 2020-09-24 20: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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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만 가지고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러나 복합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심각한 것이죠.”

    지난 22일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만난 이현옥 부센터장(정신건강간호사)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코로나 우울증의 위험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나는 생명 위협뿐 아니라 심리를 무너뜨렸다. 경남에서 코로나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상담을 받은 사람은 2만명도 넘었다. 그는 도민들 심리 지원과 상담을 총괄하고 현장을 직접 뛰며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22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이현옥 부센터장이 코로나19 관련 전화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22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이현옥 부센터장이 코로나19 관련 전화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1577-0119는 24시간 정신건강위기 상담전화이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심리지원단 번호로도 함께 쓰이고 있다. 경남에서 전화를 걸어 지역번호를 누르면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2층 응급개입팀 사무실로 연결된다. 이 부센터장도 이곳에서 먼저 전화 상담을 통해 많은 도민을 만난다.

    상담 전화 중엔 “코로나에 걸릴까 두렵고 불안하다”라거나, “아예 외출을 못 하겠다, 나쁜 생각도 든다”는 긴박한 전화도 있다.

    이현옥 부센터장은 “확진자나 가족은 트라우마센터에서 보통 상담과 지원을 하고 격리자나 일반 도민은 광역과 기초센터에서 기본적으로 전화 심리 상담이 이뤄진다”며 “처음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이런 것들로 전화를 해도 되나요’라고 말도 하는 데, 저는 잘하셨다고 지금은 힘든 것이 당연하다고 말을 한다”고 했다.

    상담은 대화를 통해 마음을 안심시키고 함께 조금 더 나아지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중 어려운 경우가 노인과 같은 정신건강 고위험군과 시간이 지날수록 증세가 악화되는 이들이다.

    그는 치유 과정을 “상담을 통해 자신이 겪는 우울감이나 불안 정도가 다른 사람도 똑같이 느끼는 것임을 알게 되고 안도감을 찾게 된다. 과거력이 있다면 주치의와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고,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사람도 정신건강 고위험군으로 보고 모니터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이 일상생활”이라며 “잠도 못 자고 식사도 못 하고 직장생활도 안 되는 정도라면 병원 치료를 연계한다. 병원 치료라고 하면 대부분 많이 꺼리는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득을 한다”고 덧붙였다.

    센터는 지난 6월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조사를 수행한 뒤 지금은 의료진과 공무원 등의 정신건강조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가 길어질수록 현장에서 긴 사투를 이어가는 이들의 정신 건강도 걱정이 커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회에 퍼진 우울증 여파가 도민 자살률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그는 “올해 코로나 확산으로 자살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 정신보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고 실제 한 달 정도 전까지 동향을 분석하더라도 지난해에 비해 확실히 많이 늘었다”고 했다.

    그 역시 처음 겪어보는 일에 정신적으로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나 지나갈 일이란 믿음을 가지고 이겨낸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명상 요가가 정신건강에 좋다고 많이 이야기를 한다. 저도 요즘 요가원을 못 가서 집에서 요가를 한다. 영화관을 못 가니 집에서 영화를 볼 기회를 가져 보고. 미래 걱정은 접어두자는 것이다. 백신도 나올 것이고 치료제도 나올 것이고 코로나가 종식되는 날도 오니까 평소의 일상에 집중해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올해 심리지원 이슈가 코로나이지만 지난해 안인득 사건을 겪었고 재작년에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도 마주했다.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돌봐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우리에게 고맙다고 할 때 제일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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