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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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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배우고 적용하며 삶을 풍요롭게- 강근식(경남도의원(통영2))

  • 기사입력 : 2020-09-24 19: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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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금이 좀 필요해서 현금 지급기 앞으로 갔다. 방법을 잘 몰라 한참을 망설이다가 기계가 하라고 하는 대로 따라 해 보았다. 통장은 잠시 후 그대로 나왔는데 돈은 어디서 나오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조급한 나머지 허둥지둥하는 사이 작동 시간이 지나 그냥 문이 닫히고 말았다. 나 자신이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 익숙한 것에 벗어나는 게 참 어렵다. 두렵기까지 하다. 직장이나 직업을 바꾸면 긴장되고 불안하다.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스를 익숙하게 사용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앞선다고 한다. 머리가 굳어졌다는 말이다.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초고속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단축, 편리성 증대 등 이점이 크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편리함과 효율을 위해 기술이 개발되지만 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은행 업무는 인터넷 뱅킹으로, 음식 주문은 키오스크로 바뀌는 등 비대면 채널이 매우 활성화됐다. 그런데 실버 세대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 금융업 관계자는 노령연금 나오는 날 은행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한다. 현금지급기를 유도해도 한사코 직접 창구를 이용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한다. 현실과 세대의 아찔한 간극이 느껴진다.

    하지만 디지털 문명에의 적응이 늦다고 해서 우리 세대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은 억울하다. 우리 중년 세대는 원초적 열정, 책임감, 고난의 체험, 시대적 균형감각, 그리고 가족과 휴식이 불러오는 새로운 선순환을 누구보다 가슴 저리게 깨달은 사람들이다. 또한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감수성과 유연성도 있다.

    젊은 세대는 나이든 세대를 무조건 꼰대로만 몰고 갈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배워야 한다. ‘온고지신’의 지혜가 결코 낡은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기성세대들은 나이가 들어도 두려워 말고 정보에 곧바로 접근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고목이 죽지 않는 것은 늘 물기를 가지고 새잎을 피우기 때문이다. 배우고 적용하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에 망설임 없이 나서야 한다.

    강근식(경남도의원(통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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