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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대우치수’와 창원시- 이종훈(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9-23 20: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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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에 기록된 인류 4대 문명은 모두 강 유역에서 출발했다. 농경생활에 필수적인 물이 풍부해 사람들이 큰 강 유역에 모였고 이들을 중심으로 인류 문명은 꽃을 피웠다.

    하지만 큰 강 유역에서 홍수가 자주 나기 시작하면서 둑을 쌓고 물길을 만드는 치수(治水)사업이 지도자의 최대 과제이자 기본적인 책무가 됐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치수를 위한 지도자의 노력은 눈물겹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대우치수(大禹治水·우임금이 물을 다스리다)’ 고사도 이런 경우다. 황허의 상습적인 범람과 침수를 고민하던 요 임금은 숭(崇)부락의 수령 곤을 등용했고, 곤은 황하가 범람하지 않도록 9년 동안이나 둑을 쌓고 물길을 가로막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쫓겨난다. 요 임금에 이어 왕권을 물려받은 순 임금은 곤의 아들인 우를 등용했다. 우는 아버지 실패를 교훈 삼아 치수에 대한 접근방법을 달리했다. 물을 막는 대신 물길을 터주어 바다로 흘러가게 함으로써 홍수를 막을 수 있었다. 8년동안 고군분투하며 치수 문제를 해결한 우는 순에 이어 임금 자리에 올라 중국 최초 왕조인 하 왕조를 세웠다고 알려져 있다. 우 임금의 8년과 아버지인 곤의 9년 등 17년 동안 온몸을 불사르는 노력 덕분에 천하가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처럼 치수사업은 정치의 기본으로 꼽혀 잘못되면 민심이 급격히 흉흉해지고 정권을 붕괴시키기도 했다.

    2003년 9월 12일 태풍 매미가 몰고 온 강풍과 해일이 마산시(현 창원시 마산합포구 일대) 해안가를 덮치면서 상가 지하 등에 있던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17년 전의 일이다. 창원시는 같은 피해가 없도록 시간당 80㎜의 집중호우도 감당하는 배수펌프장을 마련하고 월파를 막을 방재언덕도 조성하고 있다. 내동, 여좌, 팔용지역에 우수저류시설 3개소도 만들었다.

    17년 후인 2020년 9월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와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를 급습하면서 섬진강댐 수계 등을 비롯한 전국에서 홍수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랐지만 다행스럽게 창원지역은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당한 이후 여러 가지 대비를 한 게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요순시대 ‘대우치수’ 17년과 매미 발생 후 17년이 겹친다. 당시와 지금의 방재기술은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지도자의 ‘치수 능력’은 비교가 될 수 있다. 우 임금은 범람하는 홍수를 막으려고 돌아다니다가 세 차례나 자기 집 문 앞을 지나갔지만 들어가지 않았고 많이 걸어다니며 고생을 해 다리에 병이 나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8월 섬진강댐 등의 방류량 조절 실패로 인해 하류지역이 침수피해 입은 걸 놓고 수자원공사와 기상청이 ‘네탓 공방’을 하고 있어 볼썽사납다. 이들에게 ‘치산치수’를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이달 초 태풍이 왔을 때 창원시가 주민대피령을 내리고 일부 도로 통행을 차단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밤샘근무를 하면서 대비를 했다는 소식과 비교가 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로 더 많은 자연재해가 예고돼 있다. 천재지변이나 재난은 인간의 힘으로 당해내기 어렵지만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노력과 대비가 필요하다. ‘치산치수’는 지도자의 핵심 임무이다. 그리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종훈(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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