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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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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중인격자-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0-09-21 20: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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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세상 돌아가는 현실이 옛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면면이 많은 것 같다.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득세한 권력이나 집단에 붙어 입신출세를 위해 충성심을 발휘하는가 하면, 어제까지 한솥밥을 먹으며 생사를 같이한 한통속이 몰락한 권력자를 언제 보았느냐는 식으로 안면 몰수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온갖 가짜 뉴스와 험담을 SNS에 도배를 하며 고자질하는 이들도 있고, 한편에서는 추종하던 웃어른을 의리와 양심 때문에 못 잊어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줏대 없는 이중성격자들 때문에 비정상이 정상을 짓밟는 논리에 휩싸일 때가 많은 요지경 세상이다.

    조선의 16대 인조(仁祖)의 반정(反正)은 선대의 광해군(光海君)이 당파싸움의 폐해를 통감하고 이를 초월하여 좋은 정치를 하려고 하였으나, 서인(西人) 일파의 지나친 명분 쌓기에 사로잡혀 광해군이 추진한 중립외교 정책을 비판하여 일으킨 쿠데타, 즉 반정이다. 역사학자에 의하면 조선시대에 가장 무능한 인조였지만, 반정에 성공한 후에 온 나라와 궁내외가 광해군을 규탄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한 궁녀가 옛 군주 광해군을 잊지 못해 남몰래 눈물을 자주 흘리는 것을 보고, 다른 궁녀들이 이 사실을 인조 임금의 왕비인 인열왕후에게 이런 나쁜 사람이 있다고 고자질을 하여 벌을 받도록 하였다. 그런데 예상외로 인열왕후는 광해군을 흠모하며 남몰래 눈물을 흘린 궁녀를 위로하며 왕자와 공주를 양육하는 보모상궁으로 자리를 승격시키는 대신, 고자질을 한 궁녀에게는 종아리를 치면서 “네 오늘의 마음을 보면 후일에 네가 어떻게 변할 줄 알겠다”고 꾸짖었다고 한다.

    인열왕후는 눈물을 흘린 궁녀에게 “국가의 흥망이 무상하다. 내 남편이 비록 왕위에 있으나 후일에 언제 광해군 처럼 왕위를 잃지 않을 줄 알겠느냐? 네 마음이 이처럼 굳으니 내 남편을 보호할 만하다” 이 말을 들은 다른 궁녀들도 모두 마음을 다 잡아 먹고 인조에게 충성을 다하게 되었다는 사화(史話)가 있다.

    옛부터 권력자 주위는 구중궁궐과 같아서 진언을 듣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이중인격자들은 나라가 불안하고 사회가 어수선할 때 난립한 것을 역사가 증명해 준다. 아쉽게도 요즘 인열왕후 같은 웃사람은 잊지 않으려는 충정과 올곧은 성품으로 고자질하는 소인배들의 흑백을 가려 벌을 주려는 현명하고 귀감이 되는 인물이 드문 것 같다.

    지난 역사와 현실을 보면 허수아비 같은 대의명분을 앞세워 오직 자기만의 입신출세를 위해 권력자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들어 올곧고 참된 마음으로 충정을 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늘 불안을 느끼면서 고자질과 이간질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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