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열린포럼] 귀성- 김흥구(행복한 요양병원 부이사장)

  • 기사입력 : 2020-09-21 20:16:23
  •   

  • 유비의 배려로 서주성을 물려받은 여포는 어느새 유비의 은혜를 잊었다. 조조의 이간계로 책사 진궁의 충언을 무시하고 소패성에 머무는 유비를 향해 출격한다. 그사이 조조는 군사를 이끌고 서주성을 취하자 갈 곳을 잃은 여포는 하비성으로 돌아간다. 조조의 모사 곽가의 지략으로 하비성은 물바다가 되고 여포의 목에 포상금을 내건 조조에 상응한 자신의 부하들에 생포되어 최후를 맞는다. 천하에 사람은 여포요 말은 적토마라 찬사를 받든 영웅도 공감과 소통 부재로 방천화극과 함께 사라져가는 장면이다. 제갈량은 조조 손권 유비로 천하삼분지계를 도모한 뒤 주군 유비를 내세워 천하를 통일 하려한다. 물론 대륙의 작가 나관중의 촉한 정통론적 입장이긴 해도 재미있다. Netflex 삼국지 이야기이다.

    코로나 이전 시대가 있었는지 조차도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언택트 시대에 소일하는 방법이 영화보고 둘레길 걷고 자전거 타고 땀을 흘려도 보지만 끊임없이 다가오는 코로나 블루를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는 100만명을 넘어 섰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투하된 원폭 사망자를 훨씬 초과했다.

    소리 없이 세고 작지만 강하다는 말은 아마 이 바이러스를 두고 한 말이지 싶다.

    코로나의 확장은 미국 뉴요커의 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복잡한 도심에서 봉쇄된 생활에 지친 이들이 뉴욕을 탈출하고 있다. 뉴욕 인근의 뉴저지주와 웨스트 체스터 카운티 등으로 이주행렬이 줄을 잇는다는 소식이다. 인간이 희구하는 쾌적한 환경에서의 생활 영위를 위해 인구 밀도는 낮고 더 넓은 집으로의 이동은 자연스런 현상인 듯하다. 코로나가 뉴욕의 비싼 주택가격을 조절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이 인구 과밀화 심화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었다. 우리나라 인구 구성이 1인 가구 30%, 2인가구 27%다. 저출산 결혼기피 고령화의 지속으로 세대 구성의 모습도 초핵가족화의 과정이 진행 중이다.

    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때부터 시작된 이촌향도 행렬이 60년간 계속 이어지는 현상이 놀랍다. 서울 공화국이 교육·문화·금융 등 모든 것을 갖춘 국제도시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주택 가격 안정, 지역 균형발전, 지방으로의 인구분산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과제 또한 내재되어 있다. 주무 장관의 다발성 부동산 대책에도 시장이 외면하고 있는데 우리도 코로나에게 기대해 봐야겠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아침이면 창원 북면 들녘을 가로질러 병원으로 간다. 누렇게 황금빛을 띤 고개 숙인 벼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덩달아 추석이 성큼 다가온다.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속으로 자영업의 끝없는 쇠퇴와 국민의 피로감은 증폭되고 있다. 국가 재난 상황인 요즘도 나라는 소란하다. 왜곡된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아빠찬스를 넘어 엄마찬스로 온 나라가 요란하다. 정의를 위한 부서의 수장들이 좁은 땅덩어리 경쟁공화국에서 내 자식만을 위하는 모습에 대한 국민의 항변일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와중에 경제 회복과 방역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병행하는 국민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일이다.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 때는 차례를 모시지 않았다는 캠페인과 명절 연휴 기간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 유료화 등의 메시지에도 다음 주면 본격적인 귀성이 시작된다. 사뭇 예년과는 다른 풍경들이 연출될 것이지만, 지리한 수사 나열의 진영간 다툼으로 말의 품위와 국격이 떨어져도 국가의 품격을 존중하는 국민들은 이 코로나의 감염 예방과 조기 종식을 위해 나설 것이다. 마스크 잘 쓰고 손 자주 씻고 물리적 거리를 두면서 민족의 대이동 귀성 행렬이 좀 더 절제되고 자중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김흥구(행복한 요양병원 부이사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