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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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소통과 연대- 신순정(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 도민참여센터 사무관)

  • 기사입력 : 2020-09-20 20: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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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 후, 천왕봉이 마주보이는 산청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사는 지인이 있다. 지난 2월 초 지리산 둘레길 동호회 몇 사람을 집으로 초대했다. 업(業)이 제각각이라 한 달여 조율 끝에 잡힌 일정이 코로나 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월 말이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취소를 결정했다. 무엇보다 예민한 시기, 떼 지은 외지인들의 방문에 마을 주민들의 암묵적 눈치를 감수하며 노심초사할 지인을 위한 배려였다.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는 무리 지은 여행이 아득히 먼 나라 이야기처럼 여겨진다.

    한 날 저녁 무렵, 아파트 공동현관을 나서는데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웠다. 자신을 동대표라고 소개한 그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느냐?”고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서울 사는 아들이 교통사고가 나 요양 차 머무는 까닭에 그 친구들이 드나들고, 용인 사는 친구네가 들른 적이 있지만 게스트 하우스는 하지 않는다”고, 주절주절 답을 늘어놓았다. 질문의 의도가 짐작이 되었기 때문인데, 그렇다 치더라도 시시콜콜 사생활을 읊은데 대한 후회가 금방 밀려왔다.

    되돌아온 동대표의 말은 내 짐작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여행캐리어를 끈 사람들이 들락날락한다는 주민의 신고가 들어와서요. 코로나로 다들 예민한 시기라서…” 그랬다. 동대표는 예민한 시기에 외부인들로부터 아파트 주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나는 성실하게 해명을 해야 하는 장면이었다.

    25년 가까이 아파트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아파트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해 본 적 없고, 앞집이나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도 없었다. 소통보다는 사생활을 존중받는 쪽이 편했고, 나는 그 편을 선택했다. 그렇게 살면서 불편을 느낀 적도 없다. 그런데 동대표와의 만남 이후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불편한 이유를 고민하다 보니 이웃들의 마음도 나만큼이나 불편했을 거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평소 원활한 소통과 연대가 이루어졌더라면, 이웃은 의심의 눈초리 대신 우리 아들의 쾌유를 한마음으로 기원해 주었을까? 코로나 시대, 비로소 ‘소통과 공동체 연대’라는 화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신순정(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 도민참여센터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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