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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코로나 추석-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0-09-20 20: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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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지현 편집부장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 ‘얘들아, 이번 벌초는 아버지가 한다. 너희는 오지 말고 편히 쉬어라잉’ ‘아범아, 추석에 코로나 몰고 오지 말고 용돈만 보내라’ 요즘 전국 거리엔 이런 현수막들이 붙었다. 명절 때마다 듣던 ‘민족대이동’이라는 말은 간데없다. ‘불효자는 웁니다’가 아닌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돈다. 코로나가 이제 효자 기준도 바꿀 모양이다.

    ▼추석을 앞두고 도내 지자체들이 앞다퉈 고향방문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안내문자도 보내고 동네방송도 한다. 오지도 가지도 말란다. 집단감염 우려 때문이다. SNS에선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이란 말이 유행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이번 추석엔 총리를 파세요”란 게시물로 이동 자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 추석엔 명절 때 면제해주던 고속도로 통행료도 받는다. 되도록 움직이지 말란 얘기다.

    ▼코로나가 추석 문화를 완전히 바꿔놨다. 올해 추석 트렌드는 ‘비대면’. 문중 모임 형태의 벌초 대신 대행 서비스 이용이 급증했다. 성묘도 추모도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선물 준비와 장보기는 인터넷 쇼핑으로 해결한다. 안부는 영상통화로 전한다. 화상회의 앱을 이용한 노트북 중계로 ‘비대면 차례’를 계획하는 집도 있다. 지난달 우리의 추석과 비슷한 ‘오봉’ 명절을 보낸 일본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귀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거나 특수한 사정이 있을 땐 추석 차례를 건너뛰었다. 그래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았다. 명절에 온가족이 모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조상님에 대한 가장 큰 효도는 자손들 건강 아닐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말마따나 “코로나 시대에 연대하는 방법은 역설적이지만 흩어지는 것”이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민족 최대의 시험대’가 됐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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