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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자식농사-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9-16 08: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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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현 근 문화체육부 부장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종족보존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자식양육을 위한 경제적 부담도 싫고 자신만의 인생을 위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들도 늘고 있지만 불임부부들은 많은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들여가면서 아이를 갖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자식 사랑은 같다. 새끼에게 제 살을 기꺼이 내주는 가시고기 같은 극단적인 내리사랑도 있지만 새끼들이 생존법을 터득해 독립할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키우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다. 단지 인간의 양육이 동물과 차이 나는 것은 동물처럼 단순한 생존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문명화된 세계에 적응하도록 더 고도화된 교육과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자식농사라고 한다. 들여다보면 자식농사의 기준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잘된 자식농사 기준은 좋은 대학을 다니고 안정된 직장을 얻어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모든 자식들이 그 기준대로 살 수도, 그것이 행복의 기준이 될 수도 없다. ‘아빠찬스’, ‘엄마찬스’란 불공정이 난무하는 것도 부모의 기대가 자식이 원하는 진짜 삶보다는 사회적 기준잣대에 맞추려고 하는 경향 때문이다.

    ▼품안의 자식이 걷기 시작할 때부터는 품을 떠난 또 하나의 독립된 개체다. 어릴 때 부모 뜻에 잘 따르던 아이들도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갖게 되고 부모의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내가 키운 내 자식은 언제나 나와 같은 생각일 거라는 착각과 욕심이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낳는다.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은 재앙을 부르는 씨앗이다’고 한다. 농부는 좋은 토양과 햇빛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한다. 나머지는 스스로 성장하도록 지켜보는 것뿐이다. 부모도 그렇다.

    이현근 (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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