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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슬기로운 공동체 생활의 美學 - 이동찬(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장)

  • 기사입력 : 2020-09-15 21: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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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의 아미타경(阿彌陀經) 등 여러 경전에 ‘기파조(耆婆鳥)’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새와 관련된 전설이 등장한다.

    상생조(相生鳥)라고도 불리는 이 새는 몸통은 하나인데 머리가 두 개다. 어느 날 붉은 머리가 맛난 음식을 혼자 먹은 것을 알게 된 흰 머리가 화가 난 나머지 복수심에 불타 붉은 머리의 먹이에 독을 바르고 독이 든 먹이를 먹은 뒤 온몸에 독이 퍼져 결국 둘 다 죽고 만다는 내용이다.

    작은 이익에 집착해 공생을 포기하고 공멸의 길로 빠지게 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경쟁의 일상화 속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공존과 공생 의식이 점차 희박해지는 오늘날의 세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현대사회는 계층, 세대, 성별, 직업, 지역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상충되면서 격렬한 갈등이 야기되고, 결국에는 극단적 이분법으로 치닫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공공시설의 유치를 둘러싼 님비(NIMBY)현상이나 핌피(PIMFY)현상이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나 정치권의 조정자 역할이 한계점을 드러내기도 하고, 커다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상호간 합의와 양보의 부족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상황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고,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과 협력이라는 사회적 연대의식을 강화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는 대목이다.

    공자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인(仁)과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 이들 두 거두의 핵심 담론은 이타심이며, 기독교의 사랑이나 불교의 자비와도 맥을 같이한다.

    타인을 배려하고 나와 같이 아껴주는 마음이야말로 인간이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고 설파하고 있으며, 그들의 출생지인 중국보다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더 광범위하게 실현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따박따박한 계산보다는 허허로운 웃음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정(情)의 DNA가 더 강한 민족이다. 울력, 두레, 품앗이 등 오랜 미풍양속과 큰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원봉사자들의 행렬 등 상부상조하는 미덕을 통해 상생하고 함께 성장해 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전통을 잘 계승해 보다 대승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공동운명체’의식을 회복하는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다행히 최근에 공동 육아, 어르신 공동 돌봄, 마을기업 등 소규모 단위의 마을 공동체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그 새로운 출발점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하겠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슬기’를 ‘사리를 잘 판단하고 일을 잘 처리해 내는 재능’으로 정의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의 심화, 정치적 진영 논리의 첨예화, 코로나19 사태, 세계경제 침체 등 안팎의 거센 도전과 시련을 잘 극복하고 신바람 나는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내가 조금 손해 본다’는 느낌으로 살아가는 것이 슬기로운 삶이 아닐까 하는 희망 섞인 생각을 해 본다.

    필자는 ‘우리’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너와 나 사이에 가로막힌 벽과 칸막이를 과감하게 제거하고, 배려와 공동체 의식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왔음을 다시 한 번 숙고해보는 슬기로움이 사회 곳곳에 들불처럼 퍼져나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이동찬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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