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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치(自治) 없는 자치경찰 - 한옥문 (경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

  • 기사입력 : 2020-09-14 21: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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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여당인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서 발표한 자치경찰제의 시행을 두고 정치권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는 형세다. 애초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과는 별도로 자치단체장의 권한과 책임 하에 지역 주민의 치안업무를 자주적으로 수행하자는 취지에서 지방자치가 실시된 1991년 이후 지방분권과 함께 지속적인 도입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66년 만에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어떻게 분산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와 더불어 자치경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자치경찰제 시행을 임기 초부터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을 뿐 아니라 대통령직속 지방분권위원회를 통해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라는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제20대 국회 또한 적극적인 입법 활동으로 이러한 추진 의지에 발을 맞추기도 했다. 그러나 20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관련 법안들이 자동폐기되면서 의지가 한 풀 꺾이는 듯했으나 최근 검찰, 국정원 등의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논란의 중심에 다시 서게 됐다.

    문제는 자치경찰이 지방분권이라는 당초의 도입취지와 목적을 벗어나 정치적 논리에 따라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가 추진한 자치경찰제는 전체 경찰정원의 37% 수준을 자치경찰로서 별도의 조직으로 구성·운영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경찰 권한의 미흡한 분산으로 자치경찰이 국가경찰의 보조경찰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최근 당·정·청이 발표한 자치경찰제 시행 안을 보면, 전체 경찰조직 내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에 대한 사무만 구분했을 뿐 기존조직과 인력을 그대로 활용하는 일원화 조직 운영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기존에 논의됐던 것보다 자치경찰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시도경찰위원회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국가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의 외압과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치경찰이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또한 풀뿌리 치안으로서 지방행정의 특성을 살려 주민밀착형 치안행정을 추진하고자 한 기대효과보다는 조직 내부에서의 눈치 보기와 과도한 경쟁구도로 제도적 유명무실화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권력개혁이라는 명목 하에 정권 입맛에 맞추도록 연일 검찰 길들이기에만 여념 없는 정부와 여당이 기울어진 균형추를 맞추라는 국민들의 비판과 충고를 어설픈 자치경찰제로 덮으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옥문 (경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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