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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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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상식적으로 사는 게 그렇게 어렵나 - 정기홍 (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20-09-14 21: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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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식(常識)이란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공동체, 가정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의혹을 둘러싸고 비상시국에 소모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 정국이다.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이 의혹을 놓고 동시대를 살아가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청년층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군이 내부 문제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거나 아니면 특검이 구성돼 수사하면 매우 간단한 사건이다. 국방부와 군, 추 장관도 여기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장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라고 지시하면 되는 것이다. 솔직한 진상규명 외에는 파문이 진정되기 어렵다. 8개월이 되도록 사건 처리를 하지 않은 검찰이 결과를 내놔도 국민이 믿을지 의문이다. 이미 드러난 증언과 정황만으로도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이 이미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환부를 도려내야 새살이 난다.

    침묵하고 있는 문 대통령을 부정평가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리얼미터가 실시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20대가 내림세를 주도했으며, 민심의 척도로 꼽히는 서울에서도 문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가 내림세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작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와 유사한 흐름이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하나의 여론조사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국민의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용단을 내려야 한다. 누구보다 작은 규칙부터 법까지 철저하게 지켜야 할 법무부장관이 줄줄이 그렇지 못하니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하나.

    문 대통령이 2년 전 취임사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이 깡그리 무시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정의로운 검사’를 기대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심한 국정 수행 때문에 문 대통령을 지지한 국민들도 갈수록 실망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느 성당의 주임신부가 대통령 취임사와 그동안 국정을 수행해온 문 대통령에 대한 30문항 중 X 29표, O은 1표에 불과했다. 이 결과를 반문(反文) 인사의 극단적인 생각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예컨대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나누겠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안보위기도 서둘러 해결하겠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 등은 모두 X다. 단 한 개 O표를 받은 것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이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정책’, ‘공수처 신설’ 등은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해 본 일이 없는 정책들이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정책은 경제를 후퇴시켰고, 공수처 신설은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입맛에 안맞는다고 종이호랑이로 만들고, 공수처는 대통령을 위한 기구가 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찮아도 한국은 강력한 대통령중심제인데 공수처까지 가세하면 제왕적 권력은 더더욱 막강해질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국민과 협의없는 독주를 멈춰야 한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중앙부처가 ‘청와대 출장소’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문 대통령은 지금쯤 취임 후 자신이 한 일을 되돌아보는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헌법의 가치인 입법·행정·사법의 3권 분립 원칙을 지켜야 한다. 권력자들은 일반 국민들처럼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정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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