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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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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하나가 우리에겐 큰 힘이 되지”

창원시 마산역 ‘천사무료급식소’ 코로나로 대규모 무료급식 중단
끼니 걱정 10여명에 도시락 제공… 노인들 “더 많은 관심 가져달라”

  • 기사입력 : 2020-09-14 21: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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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마산역 앞 천사무료급식소.

    손수레를 끌거나, 목발을 짚는 어르신들이 이른 아침부터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역 앞에 하나둘 모여들었다.

    점심 도시락을 받으러 온 독거노인들이다. 이들은 전날 이곳에서 오전 11시 점심 도시락을 나눠준다는 전화를 받고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이곳에 도착했다.

    “이리 챙겨 주면 참말로 고맙지.” 백발의 할머니는 도시락이 담긴 비닐봉지를 받아 들며 직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곳은 사단법인 전국자원봉사연맹에서 지난 2017년 문을 연 뒤 3년간 매주 화, 목, 토요일 오전 11시에 하루 350명이 넘는 노인들에게 직접 지은 밥을 대접했다.

    한 독거노인이 14일 창원시 마산역 인근 두 곳의 무료급식소에서 챙긴 도시락을 들고 가고 있다. 몸이 불편한 이 노인은 “오늘 점심과 저녁 끼니 걱정은 덜었다”고 말했다./김승권 기자/
    한 독거노인이 14일 창원시 마산역 인근 두 곳의 무료급식소에서 챙긴 도시락을 들고 가고 있다. 몸이 불편한 이 노인은 “오늘 점심과 저녁 끼니 걱정은 덜었다”고 말했다./김승권 기자/

    그러나 올해 2월 코로나19가 터져 문을 닫았다. 급식소는 지난 5월 코로나가 잠시 수그러들 때 급식소 앞을 오가는 노인들에게 주 3일 350인분의 도시락을 나눠 줬다. 이를 계기로 마산역 주변에 있는 노숙자와 동네 독거노인들이 다시 모여들었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항의가 있었다. 코로나의 확산세도 거세지면서 도시락을 나눠주는 일도 잠정 중단됐다.

    겨우 이달 초부터 끼니 걱정이 큰 노인을 선별해 주 4일 10명 안팎으로 ‘조용히’ 도시락이나 컵라면을 나누고 있다.

    직원은 “노인들이 줄을 서 있는 것에 민원이나 항의가 많아 전체 도시락 배분을 중단했다”며 “굶으시는 분도 많은데 안타까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날 급식소에서 미리 연락한 12명 노인 중 11명이 도시락을 찾아갔다. 인근 석전동에서 걸어왔다는 백발의 박모(90) 할머니는 “내 혼자 있으니까 요새 맨날 얄구지게 묵지. 이리 도시락이라도 주면 맛있게 잘 묵는다”고 말했다. 또 목발을 짚고 온 김모(69) 어르신은 “굶는 날이 많았지”라며 “몸을 다쳐서…. 개인 사정이 다 있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한 노인이 14일 창원시 마산역 인근 두곳의 무료급식소에서 각각 챙긴 도시락을 들고 가고 있다. 노인은
    한 노인이 14일 창원시 마산역 인근 두곳의 무료급식소에서 각각 챙긴 도시락을 들고 가고 있다. /김승권 기자/

    노인들은 저마다 “작은 도시락 하나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주변 어려운 이웃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찾아가지 않은 1명의 도시락은 길을 지나던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 그는 마산역 인근의 다른 무료급식을 하는 곳에서 받은 도시락 봉투를 한 손에 들고 가던 중에 직원의 눈에 띄었다. 65세 지적·지체장애자였다. “오늘 밥 걱정은 없겠다. 하나는 점심에 하나는 저녁에 먹어야지.”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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