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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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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기적, 위대한 공동체의 힘 - 신순정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 도민참여센터 사무관)

  • 기사입력 : 2020-09-13 21: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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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아이의 출산을 보름여 앞둔 날. 엄마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만삭의 딸이 충격 받을까봐 애써 담담하게 전하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떨렸다. 그 무렵 친정언니의 큰 조카가 급성 뇌종양판정을 받고 서울의 한 상급병원에서 수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가깝고도 미더운 두 여인이 동시에 부재한 상황에서 출산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슬픔보다 공포에 가까웠다. 그때 내 손을 잡아준 또 다른 두 여인이 있었다. 대학 새내기 때 동아리공동체에서 만나서 지금까지 벗으로 지내는 둘은 당시 미혼이었다. 한 명은 직장에서 2주 휴가를 낸다고 했고, 한 명은 우리 집에서 출퇴근을 하면서 산후조리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예정일보다 닷새 먼저 태어난 아이는 둘의 살뜰한 보살핌 속에 건강하게 자랐다. 보름이 지나고 헤어지던 날,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아이를 자기들과 헤어지는 사실이 슬퍼서 우는 거라며 폭풍눈물 흘리던 두 친구들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23년 전 나의 첫 출산기억을 소환한 것은, 경남1번가의 희망백신 미담사례다. ‘김해 진영지역을 기반으로 육아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네 명의 자녀를 두어 애국자로 칭송되던 회원이 다섯째 출산과정에서 생명이 위급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응원 댓글과 함께 2000만원이 넘는 모금액이 하루 만에 모였다’는 기적 같은 사연.

    그 위대한 엄마들은 성금과 마음만 모은 게 아니었다. 신생아뿐만 아니라 네 아이들을 돌봐줄 단기 위탁가정과 도우미를 수소문하고, 경남도와 김해시 차원의 지원방안을 찾고 이끌어 내는데도 성공했다. 며칠 전 커뮤니티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산모가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신생아를 포함한 다섯 아이들도 모두 건강하다고 했다. 오는 10월 임산부의 날에 도지사 단체 표창을 받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했다.

    ‘공동체의 힘’으로 기적을 빚어낸 진영 육아공동체 회원여러분께 축하와 경의를 표한다. 더불어 23년 전, 그 시절 나의 두 벗에게도 그때 전하지 못한 감사를 전한다. 힘든 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나의 작은 공동체.

    신순정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 도민참여센터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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