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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구를 재판할 것인가 - 이창하 (시인)

  • 기사입력 : 2020-09-13 21: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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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따스한 날 바닷가에서 엄마 게와 새끼 게가 즐겁게 산책을 나서고 있었다. 모처럼의 산책을 즐기던 엄마 게는 새끼 게가 걷는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워 새끼 게를 나무랐다.

    “그렇게 옆으로만 걸으면 안 돼. 엄마처럼 이렇게 걸어보렴.”

    엄마 게가 걷는 모습을 지켜보던 새끼 게는 여전히 옆으로 걸었다. 엄마 게는 다시 새끼 게를 야단쳤다.

    “그렇게 걷지 말라니까! 엄마를 따라 이렇게 걸으면 된다니깐.” 그러자 새끼 게가 말했다.

    “엄마. 나는 엄마가 가르쳐주는 대로 열심히 따라 하고 있어요. 저기 보세요. 엄마가 걸어온 발자국과 제 발자국이 똑같잖아요.”

    엄마 게는 모래밭에 난 발자국을 보고 놀랐다. 모래밭에는 새끼 게의 말대로 똑같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엄마 게도 새끼 게와 똑같이 옆으로 걷고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촛불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이 정권을 장악했을 때, 대통령은 광화문에서 집무를 보겠다느니, 네 편 내 편을 가르지 않고 모두의 마음을 아우르겠다느니, 하는 환상적인 집권자의 모습에 진심으로 존경의 뜻을 표했고 더욱 하이라이트는 “기회는 공평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말은 거의 링컨(Lincoln, Abraham)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에 버금가는 명문이었다. 또한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마음껏 수사해서 사법 정의를 구현하라고 했을 때는 절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이른바, 아빠 찬스로 대학과 대학원을 진학시킨 딸을 둔 사람이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고, 엄마 찬스로 군 복무를 자기 멋대로 하여 거의 보이스카우트 수준의 군 생활을 한 아들의 엄마가 현직 법무부 장관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자신들의 잘못을 수사하는 검찰 총장의 손발을 묶어놓고 사법정의를 외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난센스가 어디에 있겠는가.

    ‘비서관이 무엇 때문에 자식의 군부대에 전화를 걸겠느냐’고 목에 힘주어 반문하던 장관은 몇 일도 되지 않아서 거짓으로 들통난 마당에 누구를 믿고 정부의 어떤 정책에 믿음을 부여할 수 있겠는가. 이런 지경에도 임명권자와 당사자는 반응이 없다.

    이른바 가장 정의로워야 할 정부의 가장 법적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할 부서의 장관이 이 모양이니 국민에게는 ‘바르게 살아라’ ‘법을 지켜라’ 하면서 정작 그렇게 외치는 장관이란 사람들은 법을 지키지 않고 거짓을 일삼고 있으니 바른 걸음을 걷지 못하면서도 자식에게는 ‘바르게 걸어라’고 말하는 어미 게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고 싶다. 다수의 국민은 그들을 지지하지만, 어느 순간 민심의 뜻을 저버릴 때는 가차없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최근 여당과 야당에 대한 여론 조사를 보면 매우 아슬아슬하다. 현 정부에 대해서 많은 수의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창하 (시인)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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