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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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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에 맞서는 사람들 ③ 창원 가음정시장 박정호 상인

확진자 방문 후 손님 ‘뚝’… 온라인 장보기서 ‘희망 찾기’
지난 2월 확진자 가음정시장 방문
동선 공개 후 수개월간 손님 끊겨

  • 기사입력 : 2020-09-13 21: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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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코로나19가 창원에 처음 발생했을 때, 가음정시장 상인들은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박정호 씨는 확진자 동선이 공개된 그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한창 장사를 하고 있는데, 휴대폰에 확진자 동선 공개 문자가 왔어요. 가음정시장이랑 가음정대상가 일대 6군데 상점을 들렀더라고요. 시장이 꽤 붐볐는데, 문자가 오자마자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장 보기를 그만두고 썰물 빠지듯이 빠지는데…”

    창원시 가음정시장에서 수제 떡갈비, 초벌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는 박정호씨가 온라인 주문 음식을 배달 장소에 놓고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가음정시장에서 수제 떡갈비, 초벌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는 박정호씨가 온라인 주문 음식을 배달 장소에 놓고 있다./김승권 기자/

    이튿날부터 거짓말처럼 몇 달 동안 손님이 뚝 끊겼다. “시장에 사람이라고는 상인들 밖에 없으니,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 거예요. 그땐 진짜 이러다가 죽겠구나 싶었습니다.”

    정호 씨는 가음정시장에서 떡갈비, 초벌 삼겹살을 파는 ‘삼초전’이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줄 서서 포장해가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장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저녁거리로 간편한 떡갈비나 초벌 삼겹살을 한 두 팩씩 사가는 단골들이 많았는데, 그들 중 일부는 그날 이후 아직까지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다.

    추웠던 날이 풀려 봄이 오고, 어느정도 코로나 정국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하나둘 다시 시장을 찾기 시작했지만 매출 회복은 요원하다. “매출이 평균 30% 이상 떨어진 채로 이번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시쳇말로 정말 뭐라도 해야할 판이랄까요. 여기서 더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는 거죠.”

    창원시 가음정시장에서 수제 떡갈비, 초벌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는 박정호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가음정시장에서 수제 떡갈비, 초벌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는 박정호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그 ‘발버둥’의 하나가 ‘전통시장 온라인 주문 배달 서비스’의 시작이다. 경남도는 현재 코로나19로 온라인 매출이 증가하는 것에 착안해 전통시장 장 보기 배송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창원시 도계부부시장과 가음정시장, 진주시 자유시장, 김해시 삼방시장 4곳을 선정해 지난 6월부터 콘텐츠 구축에 나섰고 지난달 31일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갔다.

    주문방식은 간단하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장 보기’를 입력하거나, 네이버 초기화면 네이버 쇼핑에서 ‘장 보기’를 입력해 ‘동네시장’에 들어가면 네이버 개인정보 주소지 기반으로 장 보기가 가능한 시장이 자동 노출된다. 생선·육류·채소·반찬 등 8개 품목, 70개 점포에서 판매하는 701개 상품을 만날 수 있다.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정호 씨는 떡갈비와 초벌 삼겹살을 포장해 가음정시장 공영주차장 한켠에 마련된 배송함에 넣어둔다. 이후 경남도가 구축해 놓은 배송 시스템을 따라 각 가정에 배달된다. 오전 10시~오후 7시에 주문하면 2시간 이내에 받아볼 수 있고, 공휴일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후 1시 전까지 받을 수 있다.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다 보니 주문이 많지는 않다. “지금까지 주문이 17건 들어왔습니다. 가게에 오신 손님들께 제가 직접 홍보를 하고 있어요. 네이버에서 주문하면 집에서 떡갈비랑 삼겹살을 받아볼 수 있다고요.”

    정호 씨는 전통시장 장보기 배송사업의 가능성을 밝게 전망하고 있다. 가음정시장이 창원 상남동에서 대방동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포괄해 배달이 가능하다는 점, 누가 어떻게 생산한지 투명하게 아는 믿을만한 이웃의 상품을 집에서 받아 볼 수 있다는 점, 코로나19 상황뿐 아니라 날씨와 계절 영향을 많이 받는 전통시장에 새로운 판로가 될 수 있다는 점 등 이 사업은 전통시장이 가진 한계와 온라인 판매가 가진 한계를 상보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호 씨는 설명했다.

    창원시 가음정시장에서 수제 떡갈비, 초벌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는 박정호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가음정시장에서 수제 떡갈비, 초벌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는 박정호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수다. “고객에게 전통시장도 이렇게 편리하게 이용하면 되겠구나 하고 각인되려면 온라인 제품 풀(pool)이 풍성해야 겠죠. 그러기 위해 전통시장 상인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요. 1~2달 안에 장보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전통시장 품목이 확보 되어야 장기적으로 선순환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 가게 떡갈비나 초벌 삼겹살을 시키면서 시장의 다른 가게에서 채소도 과일도 사고 그러면서 전통시장이 함께 살고, 시스템이 작동하는 거죠.”

    정호 씨는 2년 전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전통시장을 기반으로 한 음식사업에 대한 꿈이 있어 직장을 그만두고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가게를 낸 이후 상당 시간을 코로나19와 함께 하고 있는 형국이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느끼는 것들이 많죠. 특히 이제 막 사업에 진입한 사람들, 저처럼 젊은 사업자들이 코로나19에 가장 많이 흔들립니다. 전통시장에도 젊은 피가 많이 수혈되고 있거든요. 비슷한 시기에 제 또래의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가게 4곳이 가음정시장에 자리를 잡아 고생하고 있지요. 함께 격려하며 이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정호 씨는 전통시장의 가능성은 이러한 ‘유대감’에 있다고 말한다. 상인들끼리 유대, 고객과의 유대 등 온라인서비스와 비대면 장치가 고도로 발달하더라도, 인간은 궁극적으로 유대와 연대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코로나19가 지나가고, 다시 시장이 활기를 띄고, 시장을 찾은 손님들께 환하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때까지 힘닿는 데까지 버텨보아야죠.”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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