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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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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언택트 한가위-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0-09-10 19: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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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은 수확의 계절에 맞는 가장 풍요로운 명절이다. 크다는 ‘한’과 가운데라는 ‘가위’를 합쳐 한가위라고도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에는 추석 때처럼 넉넉하고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염원이 담겼다. 온 가족이 모여 조상을 추모하고 친지·이웃과 햇곡식·햇과일을 먹으며 정을 나눈다. 귀성 전쟁을 불사한 민족 대이동은 거역할 수 없는 원초적 이끌림에서 비롯한다.

    ▼“과거는 언제나 행복이요, 고향은 어디나 낙원이다. 해관(海關) 시계가 자정을 알려도 벤치에서 일어나려는 사람은 없었다.”(황포탄의 추석) 늦은 밤 타국의 공원에서 추석을 보내야 했던 식민지 청년 피천득은 고향에서 아름다웠던 기억을 반추하며 향수를 달랬다. 고향의 정을 알기에 타관서 맞는 명절은 더욱더 애잔하다. 삶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고향은 큰 위안이다.

    ▼찾아갈 고향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한데 올해 추석은 ‘언택트(un+contact·비대면) 한가위’란 사상 초유의 명절 풍경을 예고한다. 당장 다음 주부터 본격화할 벌초도 대행 서비스가 급증하고, 온라인 성묘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이동 제한을 권고하고 있다. 명절 때면 면제했던 고속도로 통행료를 이번 추석 연휴에는 징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객지로 흩어진 자식은 그나마 명절이 되어야 고향에 모일 수 있는 시대다. 부모와 친지의 안부를 확인하고 가족애를 돈독히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생각지도 못한 전염병 창궐은 소소한 행복마저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오고/뒷산에서 노루들이 종일 울었네/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서정주) 언제쯤 그 소박한 일상으로 돌아갈지 기약조차 없어 더 힘든 시간이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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