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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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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지공거사의 청춘- 허충호(사천남해하동본부장)

  • 기사입력 : 2020-09-09 20: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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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무엘 울만의 시 ‘청춘’은 젊은이나 나이 든 사람에게나 공히 큰 울림을 준다. 울만은 청춘을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로 노래했다. ‘장밋빛 뺨, 앵두 같은 입술, 하늘거리는 자태가 아니라 강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으로 정의했다. ‘때로는 이십의 청년보다 육십이 된 사람에게 청춘이 있다’는 구절은 압권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소설 ‘노인과 바다’를 통해 육체적으로 늙어가는 자신을 거부하고 어부 산티아고를 통해 끊임없는 용기와 도전정신을 표출했다. 그런 헤밍웨이도 비행기 추락사고로 부상이 악화돼 침대에 눕게 되자 극단을 선택했다. 지금의 평균수명으로 보면 그야말로 청춘이랄 수 있는 62세에 말이다.

    ▼대도시마다 이른바 ‘지공거사’들이 늘어난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노인들을 빗댄 말이다. 지난 80년 대 경로우대제도가 도입되면서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철도와 지하철 요금을 50% 할인했고, 1982년부터 65세로 연령이 낮춰졌다. 이제 이 나이가 되면 지하철은 무임으로, KTX와 새마을·무궁화호 등은 주중 30% 할인받고 탈 수 있다.

    ▼정부가 하반기에 경로우대제도 개편을 논의할 모양이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재정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이다. 현행 65세인 경로우대 기준 연령을 70세 안팎으로 상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경우 앞으로 노인이 될 연령대가 지금과 같은 정책적 지원을 받는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지만 조만간 노인진입세대에게 당장 뾰족한 수가 있을까. 울만의 말처럼 ‘아름다움, 희망, 희열, 용기, 영원의 세계에서 오는 힘, 머리를 드높여 희망이란 파도를 타는 것’이 청춘이라면 그 청춘을 영위하는 노인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허충호(사천남해하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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