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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전교조가 시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얻으려면- 김성열(경남대 교수·한국교육학회장)

  • 기사입력 : 2020-09-08 20: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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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3일, 대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판결에 따라 7년의 세월동안 박탈당했던 합법 노조의 지위를 되찾았다. 전교조는 이날 ‘참교육 실현’으로 보답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교조가 이러한 다짐을 실천하고 시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얻으려면 무엇보다도 교사가 하는 일의 본질적 성격을 확인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가 공적(公的)으로 하는 일은 학생들에게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안목과 이성을 길러주기 위하여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교사가 가르치는 지식은 특정 학문이나 교과의 기본개념과 원리 또는 일반적 아이디어들이다. 그러한 지식들은 서로 유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나 현상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개념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지식을 배운 사람들은 사물이나 세상이 왜 그렇게 되어 있는가에 대하여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는 삶의 지혜의 원천이 된다. 시험 문제의 정답을 가르치는 것을 지식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 왜곡된 것이다. 그리고 세계에 대한 이해와 삶의 지혜와 연결되지 않은 지식교육은 무기력하다.

    전교조는 우리 사회 일부에 퍼져 있는 지식교육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무기력한 지식교육을 바로잡기 위하여 교사들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

    초·중등학교 학생들은 미성년자들이다. 그들은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 있다. 초·중등학교 학생들은 다양한 교과 중에서 어떤 교과가 교육적으로 적합한지 또는 부적합한지를 따져볼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한 능력을 소유한 학생들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들은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세계에 대해 그들 나름의 의식을 형성해 가는 단계에 있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어느 특정한 관점을 가지도록 하기보다는 다양한 견해를 균형 있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 학생을 존중하는 태도, 균형 잡힌 관점의 유지와 같은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전교조는 이러한 교직윤리를 실천하기 위하여 교사들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가치와 생활양식을 대표하는 입장에 선다. 교사는 학생에게 바른 사회적 가치와 규범을 교육하기 위해 아동들의 특정한 행동을 인정하고 격려하기도 하며, 또 어떤 경우에는 질책도 한다. 교사 자신이 우리 사회의 문화적 가치를 대변하는 모형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교사는 학생들이 교사의 일거일동을 모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학생의 동일시(同一視)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과의 만남에서 교사의 전인격(全人格)이 표출되면서 이루어지는 인간형성의 과정이다. 교사의 인격과 행동이 학생의 인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교육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전교조는 학생에 대한 교사의 인격과 행동의 영향력을 강조하고, 교사들이 언제나 신중하고 품격 있는 행동을 하도록 함께 애써야 한다.

    참교육은 교육의 본질적 성격을 학교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교조는 법적 노조로서의 지위를 회복한 것을 계기로 참교육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교사들 스스로가 가르치는 일의 본질적 성격을 재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교직윤리 의식과 품성, 행동특성을 갖추고 가르치는 일을 실천하도록 함께 노력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게 전교조가 우리 사회 일부에 상존하고 있는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하고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다.

    김성열(경남대 교수·한국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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