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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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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획] 집에서 즐거움 찾는 ‘홈루덴스족’

운동·카페·영화·바캉스… 하는 족족 집에서 다 돼
코로나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되자
집에서 놀이·휴식하는 ‘홈루덴스족’ 늘어

  • 기사입력 : 2020-09-07 21: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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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이정원(42·창원시 마산합포구)씨는 집 꾸미기에 열심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레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겼다. 정원씨는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집 안 이곳저곳이 신경 쓰이더라”면서 “해외여행 못 간 기분을 집에서라도 내고 싶어 라탄 소품을 사고, 반려식물도 들여 휴양지 느낌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지영(29·창원시 의창구)씨는 홈카페 용품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방문하기 힘들어지자 모든 것을 집에서 즐기기로 한 것이다. 지영씨는 “커피와 빵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해 이참에 커피 머신과 토스트 기계를 새로 바꿨다”면서 “나만의 공간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라탄 인테리어 소품들
    라탄 인테리어 소품들
    홈 가드닝
    홈 가드닝

    △‘홈루덴스족’이란=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멀리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놀이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이른바 ‘홈루덴스족(Home Ludens族)’이 주목받고 있다. 집을 뜻하는 ‘홈(Home)’과 유희·놀이를 뜻하는 ‘루덴스(Ludens)’를 합친 신조어다. 네덜란드 학자인 요한 하위징아가 명명한 개념인 유희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서 파생된 말이다.

    이들은 호텔보다 집에서 필요한 물건을 갖춰 놓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회식을 하는 것보다 사람들을 집에 초대해 파티를 즐기는 일이 더 즐겁다. 또 집에서 보낼 시간을 위해 가전, 가구, 소품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즐기며 행복을 느끼는 것을 추구한다.

    김난도 교수는 저서인 ‘트렌드 코리아’를 통해 홈루덴스를 언급하면서, 가장 사적이고 개인적인 장소였던 집이 이제는 타인과 교류하는 장소로 쓰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홈루덴스족의 관심사는 단순히 집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을 넘어 홈인테리어, 홈파티, 홈카페, 홈시네마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집안 일부를 정원처럼 꾸미거나 식물을 가꾸는 ‘홈가드닝’,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 집안에서 휴가를 보내는 ‘홈캉스’도 있다. 이 모든 취미생활이 재택근무를 시행하거나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달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0 홈루덴스족·홈 인테리어’ 조사에 따르면, 성인 65.3%가 스스로를 홈루덴스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보다 홈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소비자(34%)가, 관심이 줄었다는 소비자(5.8%)보다 훨씬 많았다.

    업계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홈루덴스 문화가 점점 커져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이들 ‘홈루덴스족’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시도도 증가할 것으로 풀이했다.

    디퓨져
    디퓨져

    △소품으로 꾸미는 ‘나만의 공간’= 코로나로 인해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것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인테리어 소품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된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집 단장 소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났다. 온라인 주문이 늘면서 쌓여가는 택배 물품을 정리하기 위한 수납용품 매출도 6% 신장했다.

    전체 카테고리 신장폭도 커졌다. 집 단장 용품과 홈트레이닝 용품의 매출(지난 2~8월)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5% 신장했다. 코로나가 재확산되던 시기인 지난달 17일 이후에는 각각 19%, 15% 증가하면서 2배가량 뛰었다.

    인테리어 소품을 제조하는 업체도 호황이다. 인테리어 스타트업 버킷플레이스가 운영하는 ‘오늘의 집’의 지난 3월 기준 월 거래액은 7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4.6배 늘어난 수치다. 해당 앱의 다운로드 수도 1000만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4월 다운로드 500만건을 돌파한 뒤 1년 만에 두 배 성장한 셈이다.

    일명 온라인 집들이인 ‘오늘의 집’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과 평수만 입력하면 그에 맞는 인테리어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홈루덴스족들이 즐겨 찾고 있다.

    창원의 한 인테리어 소매업체 업주는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인테리어 소품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직접 매장을 방문해 인테리어 그대로 주문하는 손님들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마크라메
    마크라메

    △취미생활로 벗어나는 ‘코로나 블루’= 휴가를 떠나지 못한 소비자가 늘면서 휴양지 부럽지 않은 ‘홈캉스 인테리어’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스스로 해결하는 ‘손맛’에 중독된 이들이 많아지면서 마크라메 만들기, 라탄 공예 등 공방 강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 장준영(32·창원시 성산구)씨는 “주중 업무를 마치면 곧장 귀가하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주말을 날려 보냈을 때 받는 스트레스가 커 마크라메 만들기에 도전했다. 매듭을 엮으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자연스레 해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홈캉스의 핵심은 ‘이국적인 분위기’다. 인스타그램에서 ‘#홈캉스 인테리어’를 검색하면 대다수가 집을 동남아 휴양지처럼 꾸며 놓았다. 소품의 경우 라탄이 대세였다.

    창원 라라탄 김미영 대표는 “라탄은 집안 어느 곳에 놓아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코로나 이전에는 꽃병, 테이블 램프 등 미니멀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인기를 끌었는데 지금은 의자나 테이블 같은 집안을 돋보여줄 실용성 있는 인테리어 소품들을 만들러 많이들 찾아온다”고 말했다.

    라탄 인테리어 소품들
    라탄 인테리어 소품들

    롯데백화점 창원·마산점 문화센터도 이에 대한 수요에 맞춰 라탄 공예 강좌를 열고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업계는 공방 강좌가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가운데 가정 내 취미생활로 심리적·정서적 안정을 찾으려는 홈루덴스족이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획일화된 현대사회에서 핸드메이드 아이템은 개인만의 독특한 감성을 지니고 있기에 더욱 가치 있다”며 “특히 이 같은 소비가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탄 인테리어 소품들
    라탄 인테리어 소품들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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